작년 순이익 제자리걸음, 충당금 부담
비이자이익 59% 늘었지만 수수료이익은 줄어
ELS·환전 무료 등, 올해 수수료 타격 불가피
은행 순위 3위에 그쳐...원화예수금은 역성장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임기 첫해 무난한 출발을 했다. 신한은행은 8일 지난해 성적표를 받았는데, 직전년도와 비슷한 실적을 내면서 3조원의 순이익을 간신히 넘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동시 성장이 이뤄진 가운데, 수수료이익에 기반한 비이자이익 확대에 제약이 커지고 있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점은 과제다. 신한은행이 하나은행, KB국민은행에 이어 3등의 자리에 머물러 있어 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이날 지난해 총 3조67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전년(3조450억원) 대비 0.7% 늘어난 규모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번 성적은 지난해 2월 취임한 정상혁 행장이 받은 첫번째 연간 성적표다.
영업이익은 늘어난 반면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어나며 순이익이 정체했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영업이익은 5조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늘었다. 동시에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8733억원으로 전년보다 42.6%(2608억원) 증가했다. 상생금융 지원액(2921억원)과 희망퇴직 비용(1528억원) 등 비경상적 요인도 반영됐다.
지난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골고루 성장했는데, 이자이익은 주춤했던 반면 비이자이익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자이익은 8조4027억원으로 2.4% 늘었다. 이중 4분기 이자이익은 2조1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4317억원으로 58.5%나 성장했다. 단 수수료이익이 감소했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수수료이익은 9110억원으로 4.6% 줄었는데, 유가증권과 외환·파생 관련 손익(9954억원)이 152.6% 증가하면서 비이자이익 상승을 견인했다. 사실상 비이자이익과 관련한 영업력에 의한 성장이 아닌 셈이다.
수수료이익을 세부적으로 보면 신탁수수료와 기타부문을 제외한 투자금융, 펀드, 방카수수료, 외환수수료, 전자금융 수수료 등 모든 부분에서 수익이 줄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 홍콩 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며 신탁수수료에도 타격이 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신탁수수료는 1819억원으로 수수료이익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은행권의 외화 환전 무료 선언 분위기에 따라 수수료이익 중 두번째로 규모가 큰 외환수수료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이자이익 성장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는 만큼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치열한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신한은행은 3위권에 머물고 있어 수익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4대 은행별 순이익을 보면 하나은행 3조4766억원, KB국민은행 3조2615억원, 신한은행 3조677억원, 우리은행 2조5159억원 순으로 많았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전년 대비 12.3%, 국민은행은 8.9% 늘었고, 신한은행은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13% 감소했다.
하나은행이 기업금융을 내세우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하는 동안 신한은행은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내실 경영을 강화한다는 입장인데, 은행이 영업력을 기반으로 성장을 하는 만큼 정상혁 행장이 영업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지 주목된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감률은 -0.7%로 전년(-3.7%)에 비해서는 개선됐다. 반면 기업대출 증감률은 6.6%로 전년(11.2%)대비 줄었다. 원화대출 증감률은 3.2%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았다. 은행의 기초체력으로 불리는 원화예수금 증감률은 지난해 -0.1%로 오히려 줄었다. 유동성핵심예금 증감률은 -3.6%로 전년(-14%)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