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한국 교육의 서글픈 현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08 11:10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독일 사람 안톤 숄츠(Anton Scholz)씨가 쓴 『한국인의 이상한 행복』(문학수첩, 2022)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책이면서 고마운 책이다. 한국인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교육에 대한 것도 있다. “유치원 입학시험이 있는 곳도 있다"(151면), “교과 선행 학습은 물론, 한국의 사교육 산업은 줄넘기나 레고 만들기처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조차 학원에서 배워야 할 과목으로 만들어 낸다"(154면)는 지적은 정곡을 찔렀다. “중요한 것은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156면), “독일 학생들은 1시간씩 1주일간 수영을 배우면 웬만큼 하는데, 한국에서는 6개월이 걸려도 수영을 제대로 못하는, 말하자면 '가르치는 척'하는 교육"(156면)에는 할 말이 없다. “한국인의 영어 수준은 높아졌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드문 편"(156면), “독일에서는 잘 배우려고 시험을 보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을 잘 보려고 배우므로, 가장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한국 교육의 특징"(159~160면)이라는 대목에서는 감탄하게 된다. “무엇을 배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시험을 통과할지에 교육의 초점이 있는 한국"(160면)이라는 비판은 설득력 있다.



대학 교수들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학생들이 점점 좌경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이 아주 조금씩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좌경화의 원인은 정치권과 좌파 경제학자들의 영향이 크다. 백광엽 지음, 『경제 천동설 손절하기』(미래, 2023)를 보면, “한국에는 '따뜻하고, 착한 경제학'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는 자칭 진보경제학자 그룹이 존재한다. 서민을 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진심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부류다. 이들은 여러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고 검증되지 않은 '진보 경제정책'으로 폭주했다. '사람 중심 경제'라는 깃발 아래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기획하고 밀어붙인 일단의 학자들이 대표적이다"(11면, 들어가는 말). “진보경제학자의 대부 변형윤 교수가 직접 '학현학파'로 거론한 4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등 자칭 진보정부에서 큰 감투를 썼다. 정권을 바꿔가며 두세 번씩 요직에 오른 이도 수두룩하다"(105면).




해가 갈수록 성적이 나빠지고 있는 이유는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에 있다. 시험이 공부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피할 수 없다. 한글학회가 '한글 전용'을 주장해 관철됐고, 학생들이 '익일', '작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금일'을 '금요일'로,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로 알아듣는다.


그런데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보는 '심화수학'은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미적분은 '수학의 꽃'으로서 자연과학ㆍ공학 분야에 핵심 역할을 하는 데다, 인공지능(AIㆍ기계ㆍ원자력ㆍ바이러스 증식 등의 현상을 분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과학 영역인 경영, 경제, 사회학, 심리학 등 분야에서도 기본적인 통계학 지식을 학부 수준에서 다루기 때문에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에도 미적분은 필수다.




기계공학의 근본인 뉴턴 역학은 힘(벡터)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하 과목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벡터를 좌표계 및 대수로 연결하는 개념을 접하게 되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하를 모르고 어떻게 기계를 만들고 건축설계는 어떻게 하나.


숄츠씨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시험과 무관한 공부를 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인데, 오히려 수학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노라 자화자찬하는 장관은 화성 사람인가?


R&D 예산도 크게 줄었다. 정부가 우주 분야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서 우주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등이 대폭 삭감되었다. 과학자와 대학교수들을 화나게 해 간단하게 적으로 돌려놓았으니 4월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는 이미 정해진 것 아닌지?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