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지난해 당기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45%↓
자체 결제망·가맹점 시스템, “향후 수익가능성에 기대”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수장으로서 첫 연간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타 카드사 대비 부진한 결과를 기록했다. 금융지주사 내 비은행 계열사들의 존재감에 기대가 커지는 상황 속에서 박 사장이 업황 악화에 맞물린 실적부진을 타개해 나갈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우리카드 순익 급감엔 '고금리'도 한 몫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 하락했다.
우리카드는 현재까지 실적을 잠정발표 한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5개 카드사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3.2%) △삼성카드(-2.1%) △KB국민카드(-7.3%) △하나카드(-10.9%)가 최대 10% 안팎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크다. 매년 비슷한 연간실적으로 맞붙는 하나카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게 됐다.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비용 상승이다. 실제로 우리카드를 포함해 카드사들 전반이 이같은 금리환경 악화의 타격을 받았다. 실적을 발표한 카드사 5곳(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합계는 총 1조8641억원으로, 이는 직전해인 2022년(2조393억원) 대비로 8.6% 줄어든 규모다.
우리카드도 고금리로 인한 여신전문채권(여전채)의 조달금리 영향이 수익성 감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사업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 여전채 신용등급 AA+ 3년물 금리가 5%에 치닫아 이자비용이 올랐다.
고금리로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재무건전성도 악화됐다. 우리카드의 지난해 연체율은 1.22%로 직전해 대비 0.02%P 올라갔다.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NPL)은 1630억원으로 전년(1190억원)보다 440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18%P 증가한 0.99%를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로 인해 자산의 효율적 운용 지표인 ROA는 전년동기보다 0.67%P 줄어들었고,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같은 기간 0.22%P 감소했다. 우리카드는 이자지출과 연체율 등에 지난해 446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직전해 대비 63.1% 증가한 수준이다.
다만, 대손비용이 차감되기 전 우리카드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2% 증가(8710억원)한 점을 볼 때 충당금을 제외하면 실제 영업력은 일부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카드자산은 전년 동기(10조3890억원) 보다 20.9% 증가했고 신용판매 자산은 같은 기간 24.9% 불어났다. 이에 총자산은 전년 동기(16조1120억원)대비 8.5% 성장한 1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외형 확장' 성과 아직…독자망 통한 가능성 꾀한다
우리금융지주의 대표적인 비은행 계열사로서 박 사장의 이번 성적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현재 수익의 대부분을 우리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0% 역성장하며 타 금융지주 대비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현재 이자이익에 대한 비판과 상생금융 부담 등으로 우리금융 외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에 기대하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박 사장의 수장으로서 지난 1년은 우리카드의 자체 결제망·가맹점 시스템을 추진한 것으로 대표된다. 박 사장은 지난해 카드결제정보 관리와 마케팅 전략 등을 목적으로 가맹점 관리를 자체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BC카드에 위임했던 가맹점 관리나 모집 등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연내 200만개 독자가맹점 확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 가맹점 영업본부를 신설해 인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투자비용으로 인한 실적 부담과 동시에 향후 결제망 수수료 비용 절감·데이터 사업을 통한 새 먹거리 확대라는 가능성을 가져왔다.
박 사장은 지난해 카드회원 확보에도 힘을 쏟은 결과 지난해 카드 이용 실적(신용·체크카드 합산)은 90조8000억원으로 전년(82조1000억원) 보다 10.6% 증가했다. 2018년부터 브랜드화 한 '카드의정석'도 자리를 잡으며 누적 800만좌 발급을 돌파했다.
박 사장은 올해도 영업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독자망 구축으로 인한 추가 반등 여력과 건전성 지표 개선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는 처음에는 비용이 들더라도 독자망 구축을 통한 회원모집과 매출액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성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독자망은 전체 비용은 크지만 부담을 향후 5-6년으로 분산해 인식했다"며 “손익분기점을 넘어가면 독자망을 통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BC카드 가맹점망에 쓰던 수수료도 줄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씨카드 수수료도 향후에는 수익으로 잡히게 되면서 이를 고객프로모션 등으로 돌릴 수있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이며 신한카드나 국민카드처럼 독자가맹점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