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쿠팡 블랙리스트의 양면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18 16:30
서예온

▲유통중기부 서예온 기자

“블랙리스트 명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폭언이나 도난 등 문제 사유가 있는 직원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린 것은 잘못했다고 보기 어렵지 않나요?"




최근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이 논란되자 유통업계 한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기피직원의 채용을 막기 위한 기업의 블랙리스트가 '일자리 얻을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선 잘못된 행위로 볼수 있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유를 보면 쿠팡의 블랙리스트가 충분히 공감이 간다는 견해로 풀이됐다.


쿠팡의 블랙리스트는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명단이다. 쿠팡이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 엑셀 문서 파일을 내부자료로 작성해 왔다는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엑셀 파일에 담긴 명단은 등록일자와 근무지, 요청자와 작성자에 이어 이름과 생년월일, '원바코드'로 불리는 로그인 아이디, 연락처 순으로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등록 사유로는 '폭언, 욕설 및 모욕', '도난사건', '허위사실 유포' 등 총 48개 유형으로 분류돼 있다고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물류센터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지금껏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줄곧 제기돼 왔다.




실제로 쿠팡에 앞서 2022년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는 일용직 근로자 대상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가 결국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2019년 CJ대한통운의 유사 사건도 같은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이같은 전례에 비춰봤을 때 쿠팡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쿠팡 블랙리스트 논란이 커진 이유에는 명단 대상이 단순히 물류센터 근로자들로 국한되지만 않았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쿠팡 블랙리스트에는 물류센터 취재를 진행한 기자를 포함해 경찰청 출입기자들 정보까지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개인의견을 밝힌 유통 관계자가 주장한 기업의 블랙리스크 작성 의도를 벗어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기업의 정당한 자기방어권이라는 주장을 십분 인정하더라도 소속 근로자가 아닌 다른 대상자를 임의로 정해 블랙리스트로 확대 작성할 수 있다는 합법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업의 월권행위이자 개인의 정보보호 및 인권을 침해하는 탈법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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