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의료대란이 19일 결국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필수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암수술, 출산, 디스크수술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인 집단사직의 확산으로 부분적인 의료 차질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당초 예고된 20일 전체 사직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이 결국 강행 수순에 들어가면서 전면적인 의료공백을 부르는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국군수도병원 등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예정이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에 진료유지명령도 발령했다.
이날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환자의 사연도 전해졌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보호자의 성토,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신부 등의 사례도 있다.
현재 국내 수련병원 221곳에 근무하는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1만3000여명으로 집계된다.
지난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빅5' 병원의 전공의 수는 2745명으로 5곳 병원 전체 의사인력 7042명의 39%를 차지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오전 현재 4년 차를 제외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모두 사직서를 냈다. 세브란스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도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전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현재 부산지역에서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244명 중 절반 가까운 100여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고 20일부터 출근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경우 전날 오후 6시 기준 길병원은 전공의 196명 중 42명, 인하대병원은 158명 중 64명, 인천성모병원 92명 중 38명이 각각 사직서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을지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도 이날 정오를 전후해 병원 측에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아 제출하기로 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이 병원 전공의 수는 95명에 달한다.
제주대병원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파견의 18명을 포함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3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 한라병원도 파견의 10명을 포함한 전공의 23명 중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15일과 16일 잇따라 회의를 열어 20일을 기점으로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 또는 이에 준하는 행동을 하기로 결의하며 집단행동에 가세했다.
한 총리는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여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겠다. 상황 악화 시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공공의료 기관 비상진료 체계에 대해서는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군병원 응급실 개방과 함께 응급환자 진료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장병 의료지원 태세의 제한이 없는 범위 내에서 민간 외래환자 진료, 군의관 파견 방안 등을 앞으로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도 상황실 운영·공공의료기관 진료 연장 등 비상진료대책을 세웠다. 서울시 시립병원 8곳은 내과·외과 등 필수진료과목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의료원·보라매병원·동부병원·서남병원 등 시립병원 4곳의 경우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해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관련 고발이 이뤄질 경우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한다는 방침 아래 주동자에 대해선 구속 수사까지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