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빅텐트, 11일만 결국 해체…이준석·이낙연 ‘각자도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0 15:05

이낙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 낳아…‘진짜 민주당’ 세울 것”
이준석 “참담한 마음으로 사과…금태섭·이원욱·조응천과 통합 유지 지속”
국힘·민주 등 거대양당 맞서 3자 구도 만들 제3지대 총선 전략 차질 불가피

함께 걷는 이낙연-이준석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지대 빅텐트를 구축했던 개혁신당이 통합 11일 만에 결국 해체됐다. 이준석 공동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가 선거 지휘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가 '각자도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20일 오전 이낙연 대표는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 통합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9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이 발표한 합당 선언이 11일 만에 파기된 것이다.



통합 개혁신당이 출항 초반에 좌초함에 따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에서 맞서 3자 구도를 만들겠다는 제3지대의 총선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다시 새로운 미래로 돌아가겠다"며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면서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사과했다.


그는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 표결로 강행처리됐다"며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며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통합은 좌초했지만, 초심은 좌초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해졌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깨고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견제도,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낙연 공동대표의 합당 철회 선언 이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성찰해야 할 일이 많다"며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과신했던 것은 아닌지, 지나친 자기 확신에 오만했었던 것은 아닌지, 가장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함부로 재단했던 것은 아닌지"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며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한 유권자에게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따로 노력하게 된 이낙연 대표 및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혁신당에 합류한 나머지 여러 구성원은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며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금태섭 대표, 이원욱·조응천 의원과의 통합 유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양측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문제에 이어 선거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대표에게 전권 위임하는 안건 처리를 두고 내홍을 겪었다.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선거 지휘권을 갖는 안건이 의결되자 갈등이 최고조에 다다르며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가치관과 지지층이 다른 세력이 급히 합당한 것 자체가 근본적인 이유로 예정된 결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개혁신당이 합당 철회를 선언한 것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신당 파탄을 보면서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이란 고사성어가 떠올랐다"고 게재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길이 다른 세력들이 함께 가기에는 서로 융합할 시간이 너무 없었다"고 말했다.


방탄불상용은 얼음과 숯이 서로 같이할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닌 고사성어로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당과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을 얼음과 숯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아무튼 재미있는 총선이다"라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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