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분 절차적 정당성 갖추고 의료행위 차질 등 발생해야”
근무지 이탈 현장점검-업무개시명령 거부-명백한 피해 입증 등
정부 “의료인 불법 집단행동 주동자·배후세력 구속수사 원칙”
“복귀 거부 땐 정식기소 원칙…집단행동 방기 의료기관도 책임”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회피할 경우 명령 송달 효력 여부가 변수
전공의 SNS 통해 정부의 명령서 송달 받지 않는 방법 공유
복지부 “모든 가능 시나리오 검토…법적 효력 방법 검토 완료”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등 의사단체들의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 사표 제출 관련 정부가 처벌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분명치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공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전공의들의 정당한 개별 사직서 제출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집단 사직서 제출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행위를 방해하는 등의 집단행동 형태를 띨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현재 행정처분과 민·형사 처벌 등 두 갈래 방식으로 엄정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같은 입장에 따라 각각 단계적 절차를 예고하고 그 수순을 밟고 있다.
행정처분의 경우 우선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부의 인가를 받고 운영되는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정당한 개인적 사유를 제외하고 소속 전공의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도록 압박하고 있다.
전공의가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거부에도 병원을 이탈하면 정부는 현장 점검 등을 거쳐 해당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그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의사 면허 등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민·형사 처벌은 현행 의료법상 면허정지와 함께 의료 차질 등 명백한 피해를 초래할 경우 가능하다. 정부가 불법 집단행동의 주동자를 찾아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한 뒤 형사 처벌을 하고 민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고 이 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대검찰청, 경찰청은 이날 오후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회의를 진행한 뒤 공동브리핑을 했다.
정부는 이 브리핑을 통해 우선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진료나 진료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면 그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만약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실제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방지하고 수습할 책무를 방기해 의료 시스템의 공백을 초래하는 의료기관 운영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전공의에 대해 먼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고 민·형사 첵임을 묻기에 앞서 절차상의 정당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전공의들에 제대로 전달돼 송달 효력이 있는지 여부가 다툼의 중요 변수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SNS를 중심으로 업무개시명령을 피해가기 위해 문자메시지 등을 확인하지 않거나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정부의 명령서 송달을 받지 않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행정명령서를 받지 않고 반송하거나 전자메일을 읽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교부받지 않더라도 행정절차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송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전화를 회피하는 방법을 통해 명령서를 송달 받지 않아도 정부가 각 병원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명령서가 송달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 검토했고, 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22년 7월 추가된 행정절차법 24조 2항에 따라서 본인에게 송달이 돼야 효력이 있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정부는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하여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있으면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도 처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확보해, 문자와 우편, 수련부장 통보 등 3가지 방식으로 업무복귀 명령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법적 처벌을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에 정부가 2주만에 백기를 들었던 사례를 반복하려는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정부는 해당 병원의 수련부장에게 전공의들의 업무복귀 명령을 알린 것으로 알려져 송달 효력에 따른 논란이 될 수도 있을 법 했다.
하지만 당시엔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 2주 만에 정부가 물러서고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 의사를 거둬들이면서 일단락이 됐다.
당시 전공의 단체는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휴대전화를 꺼놓으라는 '블랙아웃'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정된 행정절차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부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 중 50곳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을 점검하고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는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거듭된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최고 징역 3년 등의 벌에 처한다"며 “만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서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실제로 환자 사망 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복귀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보도에 대해 “업무복귀명령 절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고발과 행정처분 여부를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