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플러스+] 춘삼월 시산제 시즌…음주산행하다 ‘무릎 나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2.25 16:40

■ 봄시즌 맞아 슬기로운 ‘걷기·등반 건강’ 지키려면
겨우내 운동부족 근육 위축…초반 무리한 운동 ‘금물’
초보자·노약자 완보서 시작, 속도·강보 단계로 올려야
산행 재개하더라도 음주 위험, 하산길 무릎관절 조심
장기 등산자도 노화 따른 무릎연골연화증 복병될수도

등산, 시산제

▲겨우내 움츠린 몸 상태에서 갑작스런 야외운동을 심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선 가벼운 걷기부터 시작해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산을 하면 걷기 운동의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지만 무리한 산행은 무릎에 부담을 초래해 연골연화증이나 십자인대 파열까지 초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사진=빅효순 기자

아직은 차가운 소소리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씨지만 낮에는 고양이 솜털처럼 부드러운 햇살이 따사롭다. 계절이 바야흐로 겨울의 터널을 빠져나와 봄의 톨게이트로 접어드는 요즘 야외운동 움직임 또한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적절한 운동은 신체기능 향상과 정신건강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만사가 '과유불급'이듯 운동도 지나치면 오히려 몸을 해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겨우내 움츠린 인체가 갑작스런 고강도의 운동에 노출되면 근육이나 인대뿐 아니라 관절과 척추에도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봄철 운동계획을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혈압·고혈당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심폐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갑자기 야외운동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아직 기온이 밤낮으로 쌀쌀하므로 당분간 실내운동과 야외운동을 병행한 뒤 달리기나 등산·축구 같은 실외운동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겨우내 움츠린 몸, 야외 운동은 걷기부터 천천히




'두 다리가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걷기는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만성질환 등 병에 시달리거나 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도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심장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고, 달리기나 다른 스포츠에서 흔한 무릎과 발목 등의 부상 위험도 훨씬 적다.


걷기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개선, 심폐기능 향상, 뼈의 밀도(골밀도) 강화 등에 좋은 효과를 준다. '무전유건(無錢有健, 돈 없어도 건강)' 방법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걷기는 30∼40분 이상 꾸준히 해야 지방분해 및 심폐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체육진흥회의 권고를 보면, 걷기는 최소한 15∼2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좋다. 대략, 운동 시작 10분 뒤부터 근육에 산소공급이 되면서 유산소 운동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천천히 걷는 완보는 1분에 65m 정도 속도로 시간당 4㎞를 가며, 매분 3㎉를 소비한다. 완보보다 좀더 빠른 산보는 1분당 80m 속력으로 1시간 5㎞에 소화하며 1분에 3.6㎉를 소비한다.


또한, 걸음속도가 훨씬 빠른 △속보(1분에 100m, 시간당 6㎞, 분당 4.5㎉) △급보(1분에 115m, 시간당 7㎞, 분당 7.5㎉) △강보(1분에 135m, 시간당 8㎞, 분당 8.5㎉) 등으로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 걷기 초보자나 노약자의 경우 완보나 산보에서 시작해 단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폐기능을 높이려면 빨리 걷기나 달리기가 좋다. 하지만 체중감량이나 살빼기를 위해서라면 천천히 오래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운동생리학에 따르면 운동 지속시간이 길수록 인체의 에너지 생성체계는 젖산보다는 탄수화물을, 탄수화물보다는 지방의 의존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운동강도가 높을수록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을, 탄수화물보다는 젖산을 사용하게 된다.


동절기에 운동을 거의 안한 사람은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의 갑작스런 운동은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할 위험성이 크다.


보통 겨울을 지내고 나면 다른 계절보다 근육이 약해지고 골밀도가 감소돼 관절과 근육의 운동 능력이 많이 약해져 있으므로 무리한 근력 운동이나 지나친 스트레칭도 조심해야 한다.


◇ 초보자의 무리한 등산 금물…연골연화증 '빨간불'


봄철이 가까워지는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은 많은 산악회들이 시산제 행사를 갖는 시기다.


겨우내 등산을 하지 않다가도 시산제에는 참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산제의 경우 코스를 험하게 잡지는 않지만 그리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다. 운동 부족으로 다리의 근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릎이나 발목의 부상이 잦고, 게다가 시산제 분위기에 들떠 음주까지 겹친다면 설상가상 '건강 적신호'가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은 걷기운동의 효과의 극대화가 가능한 운동이다. 그런데 올라갈 때보다 내려오는 하산길이 더 위험하다.


다리를 잘못 짚으면서 다리가 확 돌아가면서 넘어질 경우 정강이뼈와 허벅지 뼈를 연결해 무릎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크다.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 두 개가 있는데, 끊어지거나 심하게 파열됐을 때는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넘어지면서 무릎 부위에서 '딱' 소리가 났다면 파열됐다는 신호이다.


정형외과 전문의 박영식 병원장(연세본병원)은 “다치고 수술하기까지 오래 방치하면 그동안 근육이 빠져 회복이 어려워진다"면서 “주변 구조물들이 손상되지 않았고 인대만 끊어져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면 다리를 쭉 편 후 허벅지를 들어 올려 버티는 것 같은 '등척성 운동'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등척성 운동은 다리 근육에 힘은 주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을 말한다. 십자인대는 부분파열의 경우 1주 정도면 부기가 가라앉고 통증이 사라져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확 돌아가면서 '뚝' 하는 파열음이 난 후에 무릎을 잘 구부릴 수 없고 발을 딛기 힘들다면 반드시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무릎의 연골연화증도 장기간 등산이나 무리한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복병처럼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름 그대로 무릎뼈의 관절연골(물렁뼈)에 연화현상(노골노골 약해지는 것)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연골은 단단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무릎 연골에 과도한 하중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연골이 점점 강한 탄성을 잃으면서 부드럽게 변한다. 딱딱한 통북어를 계속 두드리면 치밀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형외과 및 스포츠의학 전문의 정승기 원장(정승기정형외과)은 “무릎 연골연화증이 발생하면 무릎 앞쪽에 둔한 통증이 느껴지며,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무릎이 훅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무릎이 뻣뻣한 감이 느껴지고, 손상된 연골 부위의 염증 반응으로 무릎이 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연골연화증은 운동 중 외상뿐 아니라 노화에 의해 자동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증세가 가벼울 경우 며칠 휴식을 취하면 회복이 되기도 한다. 조금 좋아졌다고 다시 무리하게 무릎을 쓰면 증상이 재발하므로 한 달 정도는 주의한다. 처음 증상이 생긴 후 1∼2주일 이후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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