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본 증시도 오랜 기간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600대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최고점이었던 3000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스피'로 불리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끌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증시도 경제 규모에 걸맞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모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 크게 나타났을 정도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이 발표된 후,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부 안이 공개된 직후 코스피 지수는 1% 가량 하락했고, 특히 '저PBR'로 분류된 종목들의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의 상태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어, 단기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제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등도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자율'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강제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증시에 관심을 두는 지금, 시장의 신뢰를 얻고 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