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트렌드 코리아 2024’·‘인터배터리 2024’ 동시 개막
글로벌 업체 ‘전기차 속도조절’···“기술력으로 정면돌파”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이 미래 기술력을 선보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져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행보에 더욱 눈길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24'와 이차전지 박람회 '인터배터리 2024'가 이날부터 8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각각 열린다.
올해 7회차를 맞은 'EV 트렌드 코리아'는 환경부가 주최하고 코엑스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산업 전시회다. 현대자동차, 기아,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타이어 등이 저마다 특색에 맞는 전시관을 조성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총 86개사가 445개 부스를 운영한다.
최신 완성차 뿐 아니라 채비, 모던텍 등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도 미래 기술력을 홍보하기 위해 행사에 참여했다. LG그룹 역시 충전기와 관련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코엑스 등이 주관하는 '인터배터리'는 올해 12회째를 맞이했다. 올해 박람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전세계 18개국 579개 배터리 업체가 참가해 1896개의 부스를 꾸린다. 배터리 원재료부터 소재, 장비·시스템, 배터리 제조, 재사용·재활용까지 배터리 산업 전체 가치사슬(밸류체인)별 신제품과 신기술이 총망라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LG엔솔은 참가기업 중 가장 큰 540㎡ 규모의 부스를 차렸다. 전기차부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정보기술(IT) 기기까지 다양한 응용처에 적용되는 배터리와 최신 기술을 선보였다.
파우치형 셀투팩(CTP)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셀투팩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배터리 무게와 비용은 줄일 수 있다고 업체 측은 소개했다.
삼성SDI는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지닌 900Wh/L 전고체배터리(ABS)의 구체적인 양산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고객사와 협의를 거쳐 샘플을 제작해 제공하고, 2027년부터는 이를 양산한다는 게 목표다.
SK온은 '스피드 온'을 주제로 부스를 구성하고 급속충전 시간을 줄인 어드밴스드 SF(Super Fast) 배터리를 홍보했다. 어드밴스드 SF 배터리는 SK온이 2021년 선보인 기존 SF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9% 높이면서도 급속충전 시간은 유지한 게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전기차와 이차전지 시장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와중에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각국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워 친환경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대선 등 정치리스크에 전기차 시장이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 글로벌 브랜드들은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보다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10여년간 수십조원을 들여 '애플카'를 개발해온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포기하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기존에 제시한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생산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를 없애고 내연기관차에 조금 더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는 보유 중인 전기차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만대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연평균 65%씩 성장해온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9%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우리 기업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급(경쟁사)이 줄며 앞선 기술력을 통해 꾸준히 커지는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