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빨간불④] “산업 스파이 처벌 강화해야···중소기업, 피해 건수 67%”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0 12:40

해외 기술 유출 3년형 명시…각종 이유로 작량 감경

홍성삼 교수 “美, 국외 유출 ‘경제 스파이’ 가중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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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전반의 기술 유출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처벌 수위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미 연방수사국(FBI) 제공

최근 산업계 전반에 기술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국가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 1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협력업체 A사에서 근무했던 방모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당 인물들에 대한 첫 공판은 1월 17일 열렸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씨는 국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삼성전자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에 관한 정보를 무단 유출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 신생 업체인 CXMT로 2016년 이직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증착 관련 자료와 7개 핵심 공정 관련 기술 자료를 유출하고, 수백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소 세후 5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 삼성전자·관계사 기술 인력 20여명을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와 공모한 방 씨는 반도체 장비 납품을 담당한 A사의 설계 기술 자료를 CXMT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업력이 비교적 짧은 CXMT는 수년 새 중국 주요 D램 반도체 업체로 급성장해 한국·미국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SC)가 발간한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 자료집에 따르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피탈 첨단 기술은 총 552건으로, 피해액은 10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출 분야는 △전기·전자 163건 △기계 81건 △정보통신 77건 △디스플레이 47건 △반도체 35건 순이었고, 적발 건수 기준으로 피해 기업 중 67%는 중소기업이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세기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산업 기술 유출은 피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정보 보안 전문 인력과 관련 예산을 갖추지 못해 피해 기업 중 다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93건의 산업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해 총 1638명을 검거했다. 유형별로는 산업 기술 유출 45명, 영업 비밀 유출 548명으로 집계됐다. 유출 지역으로는 국내 522명, 국외도 71명이나 돼 해외 유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처럼 산업 스파이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재판부가 작량 감경을 하는 통에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평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초범·진지한 반성·기업 피해 복구 등을 이유로 들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 산업계의 불만 요소다. 피해를 본 회사가 영업 비밀 관리 등을 등한시 했다는 이유로 형량이 깎이는 경우도 있었고,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워도 감형됐다.


홍성삼 가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영업 비밀을 국외로 유출하는 이들을 '경제 스파이(Economic Espionage)'라하고, 국내에서 영업 비밀을 유출하는 것을 '영업 비밀 절도(Theft of Trade Secrets)'라고 구분한다"며 “전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스파이 담당 기관은 영업 비밀 관리의 소홀을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수사를 기피하지 말고 보충적으로 배임죄 구성 여부를 적극 검토해 조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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