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주인 바뀐 남양유업, 오너家 ‘유종의 미’ 보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2 18:15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60년 오너 경영'과 결별한 남양유업이 환골탈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 간 2년반여 동안의 소송전 끝에 오너 일가의 패소로 마무리되고 새 주인으로 한앤코를 맞이한 이후 모습이다.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그동안 남양유업에 낙인처럼 찍혀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 교체에 착수했으나 아직 뛰어넘어야 할 '허들(장애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뒤에도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을 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법원 패소 이후 홍 회장의 마지막 보루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달로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총의 주주명부 폐쇄 기준이 지난해 12월 31일인 탓에 올해 1월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코가 직접적인 '권리 행사'로부터 차단돼 있는 제도상 허점을 노린 것이다.



따라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52.63%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에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달린 것이다. 한앤코가 정기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홍 회장 일가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시추에이션'에 처한 셈이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함께 차량·사무실 제공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주간 협약 과정에서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 해소'가 환골탈태의 우선과제인 한앤코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한앤코는 지난달 이사 선임 건 등 임시주총 소집 요청 가처분, 해당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가처분을 잇달아 제출하며 홍 회장 일가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의 임시주총 개최 심문 기일이 이달 27일로 잡혀 법원 허가가 나와도 4월에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선친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부터 시작해 가족경영 기업이다. 따라서, 창업 패밀리로선 경영 퇴진에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하다. 대법원 최종 패소 이후에도 홍 회장이 회사에 출근한다는 후문이 도는 점만 봐도 여전히 강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 안팎으로 홍 회장 일가를 바라보는 눈길을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대리점 갑질사건', '불가리스 사태' 등 반기업 정서를 초래하며 한때 불매운동으로 비화될 정도로 남양유업은 실적과 고객신뢰 모두 잃었다.


한때 눈물의 기자회견과 함께 사퇴 발표로 회사 살리기의 희생정신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번복했다. 오죽하면 “남양이 남양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60년 가업승계의 명패를 상실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법원 판결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선택지는 '명예로운 퇴장'이라는 여론이 높다.


진정 선대 오너의 창업정신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려면 바뀐 대주주에 협력해 남양유업의 지속경영을 응원하는 것이 오너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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