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건기식(하)] “정체기 진입 건기식…트렌드 선도 기업 살아남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2 17:35

팬데믹 성숙기 거쳐 일상회복·고물가로 성장세 둔화

칸타월드패널 “작년 3.2% 증가, 홍삼 포함시 역성장”

제품군 확대, MZ세대 유입 등 전환위복 기회 삼아야

“성분 일변도 벗어나 제형·맛·고객소통 강화 급선무”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2024.3.8, aT센터)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에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의 김지원 상무가 올해 건기식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건강관리식품'이 식품업계의 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위기에 봉착하면서 타개책으로 삼아 신사업까지 연결 짓는 추세다. 식품업계가 잇따라 미래 먹거리로 건강기능식품을 낙점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연령대로 건강관리 붐이 확산되면서 수혜를 입는 등 매출 효자 품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 흐름이 다양화됨에 따라 정부가 관련 규제 해소를 통한 산업 활성화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치열한 경쟁 속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현안과 전망, 기업들의 미래 사업 전략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새 폭발성장을 구가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성숙기 단계를 지나 올해 여러 경제적 악조건 영향으로 정체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KANTAR) 월드패널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시장(홍삼 제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상승곡선을 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일상회복 전환에 따른 성장 둔화, 고물가 여파로 소비심리 위축 등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3.2%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건기식 대표주자인 홍삼 제품을 포함할 경우 실질 성장률이 -0.1%로 최근 4년 만에 퇴보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정체기 전환에도 불구하고 과거 일반의약품(OTC)에서 나아가 일반식품까지 건기식 제품의 저변 확대, 젊은 MZ세대로 소비 연령이 하향 확장 등은 국내 건기식시장의 재도약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따라서, 건기식 기업들이 성분·기능만 단순히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타깃·콘셉트·이점 등을 차별화하고 마케팅에 주력한다면 '건기식의 미래'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경기 침체에 장바구니 홀쭉…건기식도 못 피했다




“물가인상 폭만큼 월급이 오르지 못하면서 무작정 건기식을 구매하지 않는 등 장바구니 크기가 고정됐다. 구매자가 줄었다기보다 소비 규모가 정체돼 올해 시장 성장이 쉽지만은 않다."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센터에서 열린 '2024 건강기능식품 트렌드 세미나'에서 칸타 월드패널 김지원 상무가 밝힌 국내 건기식시장의 올해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 심리가 다소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올해도 필요한 만큼만 소용량을 사들이는 '선택적 구매', 가성비 중심의 '대용량 구매'로 양극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가구당 소비지표에서도 부정적 변화가 드러난다. 칸타에 따르면, 지난 2019~2022년 전체 일상소비재(FMCG) 가구 가운데 건기식(홍삼 포함)을 1번 이상 구매한 가구 비율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그러다 지난해 80% 초반대로 떨어지며 하락세로 전환했고, 가구당 연간 지출액도 35만원대 초반에서 성장세가 멈췄다.


김지원 상무는 “성장세가 꺾였지만 구매 경험율 80%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 상무는 “오히려 마이너스 시그널(신호)이 아닌 업계 풀(Pool, 시장규모)이 찬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며 “일상소비재 대부분이 이 같은 정체기를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유사사례를 식품에서 통틀어 보면 건기식과 유사한 구매 경험율을 보이는 품목으로 우유와 라면를 꼽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수혜품목이던 라면의 경우 일상회복 뒤 하락 변곡점이 도래했으나 비빔면·매운라면·볶음면 등으로 접근 방식의 다양화로 반등에 성공한 대표품목이라고 소개했다.


김 상무는 “시장 분위기가 위축될 것 같으니 마케팅 비용·신제품 개발을 줄이는 것은 과거 방식"이라며 “기능 중심으로 접근하는 건기식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요소가 있다. 소비자도 꾸준히 응답해오는데, 준비 과정을 미루는 것은 나중에 시장이 정상화 될 때 끼어들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와 소통해 트렌드로 연결" 강조


칸타는 올해 정체된 건기식 시장을 재활성화하기 위해선 내부 성장동력 재점검, 고물가에 따른 소비부담 등 극복을 주문했다.


즉, 세부 성분을 파악하는 소비자 인식이 늘면서 단순기능을 내세우기보다 새로운 제형이나 콘셉트, 타깃층, 맛으로 건기식을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었다. 그 선결과제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강조했다.


김지원 상무는 “홍삼은 아직 구식 이미지인 반면에 비타민은 젊은 세대도 자기 관리를 위해 복용한다"면서 “제조·판매사와의 소통으로 주 기능을 학습하면서 취급하는 영역이 넓어진 것으로 업계 입장에선 기회를 잡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환자 전용식을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출시한 뉴케어·마이밀은 물론 음료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로 재미를 본 하이뮨 등이 대표 사례다. 기존 신체 기능 향상·질병 예방 등의 목적 외에도 영양 보충의 영역까지 저변을 넓힌 것이다.


멀티비타민 위주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구미젤리 제형 이외 종합비타민 중심으로 이중제형 바람을 몰고온 오쏘몰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시야를 넓혀보면 헬시플레저 열풍 속 탄산음료 대체재로 차류 시장 내 젊은 층 확대를 이끈 콤부차 등도 있다.


김 상무는 “그동안 소비자와 제조·판매사가 함께 소통하며 트렌드를 만들면서 성장을 이뤘다"면서 “올해는 제조·판매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시기로, 이 같은 모멘텀을 만들어 내야 다시 성장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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