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가 쌍용자동차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면 토레스는 KG모빌리티(KGM) 도약의 서막을 연 차다.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운전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안정적인 주행성능, 압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존재감, 멋진 디자인까지 갖췄는데 경쟁 모델 대비 가격이 저렴해 흥행에 성공했다.
KGM이 야심차게 내놓은 토레스 EVX는 이 차를 기반으로 한 전기 SUV다. 업체 측은 '강인한 SUV 헤리지티'와 '진보한 전동화 신기술'이 이 차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미 토레스 EVX는 '정통 SUV 스타일의 실용적 전기차'라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이 난 상태다.
KGM 토레스 EVX를 시승했다. 토레스와 플랫폼을 공유하고 디자인도 닮아 미래 지향적인 인상을 풍긴다. 쌍용차 시절부터 이어진 'SUV 명가' 자부심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차명은 전기차를 뜻하는 'EV'에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확장을 의미하는 익스피어리언스(eXperience)의 X를 더한 것이다.
전반적으로 남성적인 얼굴이지만 디테일을 살아있다.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DRL), 순차점등 턴시그널 일체형 램프의 '키네틱 라이팅 블록' 등은 기존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근육질을 강조했지만 측면 라인은 나름대로 날렵하게 뻗었다.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휠을 기본 적용해 눈길을 잡는다. 옵션으로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휠도 선택할 수 있다.
테일게이트 리어 도어 래치를 우측면으로 배치해 전통적인 형태의 SUV 이미지를 살렸다. 와이드 하이 마운티드 스탑 램프는 후면 추종 차량의 시인성 및 안전성을 향상시켜 준다.
KGM 토레스 EVX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715mm, 전폭 1890mm, 전고 1735mm, 축거 2680mm다. 코나 일렉트릭보다 길이가 260mm 길다. 높이도 160mm 높아 확실히 한 체급 큰 차로 느껴진다.
공간은 충분하다. 키 180cm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아도 머리 위와 무릎 아래 공간이 넉넉하게 느껴졌다. 1열 좌석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시야를 확보하기 용이했다. 중형급 전기차답게 기본 839L의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2열을 접으면 1662L까지 트렁크를 활용할 수 있다. SUV 명가답게 최저 지상고도 175mm에 달해 오프로드 활동에 적합하다.
수납공간이 곳곳에 많이 마련돼 만족스러웠다. 운전석 및 조수석 도어쪽에 각각 1.5L, 0.7L 크기 물병을 넣을 수 있다. 센터콘솔, 컵홀더, 프론트 사이드 보관함 등도 넉넉하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콘 내비게이션을 연결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는 미래차를 탄 듯한 인상을 풍긴다. 대부분 버튼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직감적으로 메뉴를 구성해 설정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었다. 이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고 주행거리를 손해보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73.4kWh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433km를 달릴 수 있다.
차량을 처음 받고 90% 가량 충전된 상태에서 주행가능거리가 380km라고 표시됐다. 효율성이 높아 높은 전비가 발휘되다보니 실제 주행거리는 더 길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토레스 EVX에 적용한 블레이드 배터리는 셀투팩(Cell To Pack) 공법으로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까지 증대해 주행거리를 향상시켰다고 KGM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한 자신감으로 배터리 보증기간은 국내 최장 수준인 10년/100만km를 제공한다.
달리기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잘 달리고 잘 선다. 152.2kW 전륜 구동 모터와 토크 튜닝을 한 감속기를 통해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힘을 낼 수 있다. 체감상 토레스 내연기관차를 탈 때보다 1.5배 이상 강력해진 기분이다. 변속기가 없다보니 초반 가속감은 2배 이상 빠르게 느껴졌다.
토글 스위치 타입의 전자식 변속기시스템이 들어갔다. 패들시프트를 활용하면 회생제동 시스템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컴포트, 스포츠, 에코, 윈터 등 4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해 효율적인 운행이 가능하다.
고속에서 자세가 안정적이라 만족스러웠다. 배터리가 아래쪽에 깔려있다보니 무게중심이 낮은 느낌이 딱 든다. 덕분에 코너탈출 능력도 뛰어나다.
토레스 EVX에는 차량의 주변 상황을 전·후측방 4개의 레이더를 통해 스스로 360도 주변환경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차량을 제어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4코너 BSD(Blind Spot Detection) 시스템'이 들어갔다. 교차 차량 및 교차로 대향 차량과의 충돌 위험이 있으면 경고 후 긴급 제동하는 기능, 차로 변경 시 전측방 접근차 또는 대향차와의 충돌 위험이 있으면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조향 보조 기능 등도 적용됐다.
앞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차로 중심을 추종해 주행하는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특히 이 프로그램을 쓰면 회생제동도 저절로 제공해 전비를 더욱 높여준다.
SUV 명가가 만든 전기차답게 안정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성능을 갖춘 모델이다. KGM은 올해 초 고객 부담 최소화를 위해 차량 가격을 200만원 내리는 '통큰 결단'도 내렸다. 패밀리카로 전기 SUV를 찾는 고객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GM 토레스 EVX의 가격은 4550만~4760만원이다(세재 혜택 미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