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체계 붕괴, 탈출구 없나] 소청과 의사 소멸, 해결 안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7 16:18

■ 대한아동병원협회 제언 연재기획

③ 대한아동병원협회 곽민선 대외정책이사(전주 다솔아동병원 원장)

대한아동병원협회 곽민선 대외정책이사

▲대한아동병원협회 곽민선 대외정책이사(전주 다솔아동병원 원장)

오늘도 인터넷 게시판에는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병·의원을 찾는 글이 올라온다. 진료 내용 문의가 아니라 진료하는 곳이 있는 지를 묻는 글의 내용을 읽다 보면 의료 접근성이 높다는 한국이 맞는 지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있다.




매년 배출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줄어든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는 더욱 더 줄어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되려면 3년간의 수련을 거쳐야 하므로, 지원자가 줄어들수록 배출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더욱 줄어든다.


필수과목 전공의는 최근 10년간 610명이 줄어들었는데, 그 중 87.9%인 536명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이다. 정부는 해결책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해 '낙수 효과'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공급 확대를 통해 전반적인 '대우를 낮추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도 없을 뿐더러, 공급을 늘리면 당연히 늘어난다는 발상은 전세계에서 저출산이 가장 우려되는 국가에서 가능한 것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수요공급의 법칙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 이후 가격의 결정을 설명하는 원칙으로서, 다른 조건이 일정한 경우 수요량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이 증가하면 다른 전공의가 늘어나는 만큼, 부족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우선 소송 리스크와 수가, 전공 지원자들의 소명의식이나 업무 로딩(부담) 등은 모든 과목들이 다르므로 전제 조건들이 전혀 일정하지 않다. 정부의 전공의 증원안은 의사들이 전공과를 수입을 근거로 정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의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노력도 없다.


더욱이 정부의 말대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증가하더라도 전문의로 배출되려면 앞으로 10년 후가 된다. 수요는 지금 부족한데 공급은 10년 후에 해주겠다는 것이 저출산을 우려하는 정부의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소위 필수의료과에는 책임감이 크고 소명 의식과 해당 과목 자체에 애정이 큰 의사가 많다. 이들은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지원한 것이 아니므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오히려 '낙수 효과'라는 말로 오늘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소명의식을 비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한다.


진찰과 술기(환자 몸에 행하는 의학적 행위)에 드는 수고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수가,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정부의 접근 방식,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목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장 보호받아야 할 환아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기소와 사법절차가 이루어지는 데 대한 좌절감 등에 대해 현 정부가 지금까지 제시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학병원 및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아동병원 역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이탈하고 있어 주말·야간·휴일진료의 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책임감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1년 365일 24시간 환아의 곁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는 것도 이제는 염치가 없다. 각 아동병원들마다 사정이 녹록치 않아 언제까지 주말·야간·휴일진료가 유지될 지 걱정이 되고 실제로 평일진료만으로 변경되는 사례가 늘고있다.


전문의와 전공의를 포함한 현재의 남아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그리고 소아 진료를 포기한 전문의들이, 또한 미래의 예비 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진료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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