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옛말…도시정비사업 ‘수의계약’ 대세인 까닭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18 14:20

건설경기 악화, 공사비 급등 등 수익성 확보 어려워 경쟁입찰 회피

지난해 정비사업 80%가 수의계약으로 체결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증가로 인해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이하 정비사업) 신규수주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와 공사비 증가로 인해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이하 정비사업) 신규수주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노른자위' 도시정비사업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들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이던 것은 '옛말'이 됐다. 공사비 증가·건설경기 악화로 쉽게 수익을 내기 힘들게 되자 건설사들이 경쟁을 자제하고 수의계약을 유도해 최대한 계약 내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내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정비사업지(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57곳 중 81%(46곳)는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체결됐다. 금리가 치솟고 시공비 조달 부담이 커지기 시작한 2022년 60%에 육박한 뒤, 1년 만에 80%를 넘어섰다.


올해도 대다수의 정비사업이 경쟁없는 수의계약으로 체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마수걸이 수주인 성남 중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이 사업은 성남시 중원구 중앙동 196번지 일대에 지하 5층~지상 42층, 9개동 규모의 공동주택 918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6782억원이다.



이 업체는 또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2차 시공사 입찰에 단독으로 입찰참여의향서를 낸 상태여서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2회 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올해 정비사업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도 대부분 경쟁없이 시공권을 따냈다. 포스코이앤씨는 △고양 별빛마을 8단지 리모델링(4988억원) △금정역 산본1동 재개발(2821억원) △송파 가락미륭 재건축(2238억원)사업 등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다만 사업비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산 '촉진2-1구역'에서는 삼성물산과 수주전을 벌여 시공권을 확보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무혈입성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 사업은 노량진동 일대 13만2132㎡에 지하 4층~지상 33층, 28개동, 아파트 299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약 1조900억원 규모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월 마수걸이 사업지인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이 사업은 지하 2층~지상 20층, 11개동, 총 612가구 규모의 아파트·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약 2151억원이다.




GS건설도 부산 민락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의계약해 마수걸이 수주를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민락동 142-11번지 일원 구역면적 5만4160㎡에 아파트 952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것이다. GS건설은 지난 12일 민락2구역 재개발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번 입찰은 두 번째 진행된 것으로, 지난달 6일 진행된 1차 입찰에서도 GS건설은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수의 계약을 선호하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는 도저히 수익성을 내는 조건으로 계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악화돼 완공되더라도 일반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인건비와 자잿값이 크게 올라 공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예전처럼 재건축 아파트를 시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눈치보기' 또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 단독 입찰을 통해 최대한 조합과의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어 좋은 계약 조건을 만들어 내려는 게 요즘 추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118.30) 대비 올해 1월(154.64)로 30.7%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사비 상승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건설사들이 경쟁입찰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수의계약은 경쟁입찰로 인한 불필요한 절차가 축소돼 사업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사업제안이 건설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 있어 조합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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