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칩’ 공개 삼성·SK 경쟁 가속
전력 인프라·원전 업계도 기대감↑···글로벌 빅테크 동향 예의주시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려는 국내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엔비디아 같은 '대세 기업'의 고객사가 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AI 역량을 강화해 시장을 주도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AI 시장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전력 인프라, 원자력발전 등 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SK하이닉스는 18~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고 있는 엔비디아 주최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신형 SSD(Solid State Drive) 'PCB01' 기반 소비자용 제품을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이 행사에서 차세대 AI칩 등을 공개하며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관련 기술력을 강조한 모습이다.
신제품은 온디바이스 AI PC에 탑재되는 PCIe 5세대 SSD다. 온디바이스 AI는 기존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는 달리 단말기 내에서 바로 AI 연산과 추론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는 디지털 기기의 메인보드에서 사용하는 직렬 구조의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중 PCB01의 개발을 완료하고 연내 대형 고객사향 제품과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함께 출시할 계획이다.
SK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초격차' 기술을 앞세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제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GTC 24' 둘째 날인 19일(현지시간) “삼성 HBM을 아직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지난 1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방한했을 때도 삼성과 SK는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올트먼 CEO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며 전력 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AI가 글자 대신 이미지를 주로 사용하고 로보틱스 등 분야로 전선이 넓어지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챗GPT를 사용할 경우 일반 구글 검색을 이용할 때보다 전력을 10배 이상 사용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올 2027년 생성형 AI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최근 “(AI 발전으로) 앞으로 변압기 부족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한전선은 최근 영국에서 3800만달러 규모 초고압 전력망을 공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가장 효율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급망으로 전력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이 크게 늘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태도 변화도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AI 분야에서 존재감을 잃은 애플이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기에 탑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해지며 판도변화가 예고되서다. LG이노텍 등 애플 기기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이나 삼성전자처럼 구글 운영체제(OS)를 사용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경우 등이 사정권이다.
자체적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며 승부수를 띄우는 경우도 있다. LG그룹은 'LG AI 연구원'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유전체(Genome, 게놈)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의 잭슨랩과 '알츠하이머'와 '암'의 비밀을 풀어낼 AI 공동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를 계기로 글로벌 통신사들과 AI 기술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도이치텔레콤(독일), 이앤그룹(아랍에미리트), 싱텔그룹(싱가포르), 소프트뱅크(일본)와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