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봄철 동해안 역대 최악 송전제약 현실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4 12:40

전력당국, 지역 발전사들에 3월말~7월까지 출력 30%까지로 제한하라고 통보

신규원전, 석탄발전소 진입으로 기존 발전사들 수천억원 적자 불가피...가동률 0% 기록하기도

송전망 확충은 최대 4년 걸릴 예정, 유동성 악화로 PF상환 못하면 부도 위기

산업부, 부도방지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 지원방안 미비

1

▲강원-충청-수도권 송전선 구축도

송전망 부족으로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던 동해안의 지역 석탄화력발전사들이 올해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위기에 처했다. 송전제약이 여전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신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소 진입으로 가동률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일부 발전소는 가동률 0%를 기록하기도 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력거래소는 해당 지역 발전소에 3월 말부터 7월까지 최대 가동률을 30%로 제한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발전소의 가동률이 최소 60%는 돼야 건설비 등 고정비와 연료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절반인 30%로 가동률이 제한되면 수익악화를 넘어 부도의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강릉에코파워 3000억원, GS동해전력이 500억원, 포스코 삼척블루파워도 시운전을 마치고 나면 연간 260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당초 2021년 완공됐어야 할 동해안-수도권 송전망이 2025년 6월을 완공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일부 지역의 반대로 일정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수년전부터 조속한 송전망 구축과 대책마련을 촉구해왔으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우려한 대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경북 울진에 신규 대형 원전 3개가 들어섰고, 폐쇄가 예정되었던 노후원전 2개의 계속운전도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가 우선적으로 가동된다. 따라서 올해까지 완공될 총 8개의 동해안 석탄발전소는 상당한 기간 동안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해당지역에 신규 원전은 물론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포스코 블루파워가 시운전을 하고 있다. 원전은 가장 먼저 가동되고, 석탄화력발전도 시운전 발전기를 우선적으로 가동해야 해 나머지 인근 지역 발전소들이 가동을 선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며 “강릉에코파워의 경우 지난 21일 2개 호기 모두 가동을 멈추라는 급전지시를 받았다. 이러면 가동률이 0%"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동률이 60%는 되어야 고정비를 회수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원리금 상환도 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다. 발전량에 비례해서 시장 정산금 받는데 가동률을 최대 30%까지만 허용하면 고정비회수가 안된다. 정산조정계수도 고정돼있어 앉아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 지난달 29일 에너지 전담 차관인 최남호 2차관 주재로 대책 회의를 열고 해당 지역 발전사들의 부도 방지를 약속했다.




산업부는 해당 지역 송전 제약이 해소될 때까지 유동성으로 인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긴급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그다음에 양수 발전 등 발전소 출력제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활용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시장 정산 제도를 변경해 부도가 나지 않는 선에서 고정비를 회수할 있게끔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금 당장 제도가 바뀔지에 대한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긴급 모니터링 시스템일 뿐 구체적으로 시장운영 규칙을 조정해 정산을 해주겠다는 약속은 아직 없다"며 “업계로서는 용량요금(CP) 단가를 올려주거나 송전제약이 발전사의 잘못이 아닌 만큼 이에 대한 보상 항목을 만들어 고정비를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이 확충되면 그때부터 다시 고정비를 회수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당장 지금 망하게 생긴 상황이다. 더구나 이 송전제약이 1~2년 만에 끝날 것 같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업계에서는 아무리 빨라도 4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도 지역 상공회의소와 발전업계는 올해 전기사업법 개정을 토대로 발전소 인근 지역에 대규모 전력소비처인 데이터센터 건설 등 송전제약 최소화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올해 송전망 제약의 문제가 있는 지역에 한해 한전을 통하지 않은 전기 직거래를 허용하고 각종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전력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허가를 받아 지어진 새 발전소가 놀면서 손해를 보고 그 손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며, 수도권은 전력 부족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발전소가 도산하면 관할 부처도 잘못을 피할 수 없다. 정부 계획에 따라 시장에 참여한 발전사들이 정부의 송전망 확충계획 미이행으로 정상 운영을 못하도록 방치하는 사태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