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방직이 ‘땅부자’ 사실 숨기는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4 11:27

토지 자산에 재평가 실시...장부가 대비 3000억원↑

주주들, 공정가치 반영 통한 회사 가치 상승 기대

일신방직 “비용 문제 커...현 주가 수준도 저평가”

일신방직 CI

▲일신방직 CI

일신방직이 작년도 사업보고서에 표기한 투자부동산 공정가치를 두고 일부 소액주주로부터 불만이 제기됐다. 재평가 결과 장부가액보다 공정가치가 3000억원 이상 높게 나타난 만큼, 이를 장부에 반영해 표면상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신방직 측에서는 현재 주가도 상당한 저평가 상태인 만큼 필요성이 적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포털을 보면 코스피 상장사 일신방직은 최근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해당 보고서상으로 일신방직은 섬유제품 제조, 화장품 판매, 주류 수임·판매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투자 부동산을 통한 부동산임대 및 관리 사업도 포함됐다.


일신방직이 부동산임대관리 사업에 활용하는 투자부동산 중 토지는 광주 북구의 광주1공장(당기 말 장부가액 101억원), 충북 청원의 청원물류센터(138억원),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장(2억7300만원), 서울 여의도 일신방직 사옥(110억원), 서울 강남사업소(41억원), 서울 용산구의 자회사 신동 사옥(953억원) 등의 부지다. 해당 토지를 포함한 전체 보유 투자부동산의 장부금액은 1345억원이다.



그런데 작년 말 일신방직은 투자부동산에 대해 자산 재평가를 실시, 약 4544억원의 공정가치를 감정받았다. 공정가치 결과와 기존 장부금액 간 차이가 3000억원을 넘는 것이다. 일신방직 측은 해당 공정가치를 장부에 따로 계상하지 않은 채 주석에만 표기한 상태다.


이에 일신방직 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주주가 불만을 나타낸 상태다. 이 투자부동산의 재평가 가치를 장부에 계상할 경우 그만큼 회사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일신방직 측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 일신방직의 주가는 9250원이다. 약 10개월 전인 작년 5월 9일 1만38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거듭해 올해 1월 18일에는 장중 8160원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현재 주가는 다소 회복한 상태지만 주주들의 불만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으로 보인다.


일신방직의 한 주주는 “임대 사업 등에 쓰이는 투자부동산에 대해서만 재평가를 실시하고 영업용 부동산은 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신방직 측은 현 재무 상태가 탄탄한 만큼 재평가 가치를 당장 장부에 계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재평가 가치를 장부에 반영하기 시작할 경우 일정 주기마다 자산 감정을 의뢰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한 만큼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일신방직은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작년 영업손실(160억원)에 비해 큰 폭의 개선을 이뤄 연내 흑자개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사내유보금 규모만 8698억원에 달해 재무건전성도 우수하다. 쌓아놓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17억원에 달한다. 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일신방직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0.24배로 이미 저평가받고 있는 상태다.


일신방직의 한 임원은 “현 주가 수준으로도 저평가라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공정가치를 주석에 달아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이번 재평가 자체가 작년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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