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쉽지 않아”...상장보험사, 올해 여성 신규 사외이사는 0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31 14:00

‘주총시즌’ 마무리 한 보험업계
올해 신규 사외이사 중 여성은 ‘0명’

금융지주사·타 업권 ‘여풍’과 대조적
업계 “사업특수성·연령대 차이 등 난관”

사외이사.

▲보험업계는 올해 새로 선임한 신규 사외이사 중 여성 인력이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보험사들이 '주총 시즌'을 속속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새로 선임한 신규 사외이사 중 여성 인력은 한 명도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여성인력 풀이 기존 남성들 수준 만큼 넓지 않은 점이나 타 업권보다 젊은층 유입이 적은 분위기 등 업계 특징을 변화가 더딘 이유로 들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보험사 주주총회가 마무리됐다. 지난 21일 삼성생명,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2일 DB손해보험, 현대해상, 교보생명이 주총을 진행했다. 28일에는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이, 29일에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주총을 마쳤다.


이번 주총을 통해 업계에 선임·재선임된 사외이사는 13명으로,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인 이사진 구성에 올해도 이목이 모였다. 삼성화재는 이번 주총에서 이문화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홍성우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삼성생명은 홍원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이주경 부사장과 김우성 부사장은 각각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삼성화재 신규 사외이사로는 성영훈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선임됐다. 한화생명은 박순철 변호사와 정순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 등을 신규 선임했다. DB손해보험은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의사를, 삼성생명은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영입했다. 법조계, 의료계, 관료출신 등 각 영역 전문가들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보험신사업이나 법률 리스크 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보험업계에서는 새로 합류하는 사외이사진 중 여성이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금융지주사를 포함해 금융권 전반이 여성 인재를 전진배치하고 있는 행보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올해 금융지주사는 여성 사외이사 수가 대폭 확대되면서 '여풍'이 불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여성이 2명에서 3명으로 늘면서 여성 비중이 22.2%에서 33.3%로 늘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여성이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 비중은 전년 대비 각각 12.5%에서 22.2%로, 16.7%에서 28.6%로 증가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여성인 권선주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함과 동시에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됐다.


최근 금융권 내에선 여성 대표이사가 나오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은미 신임 대표 선임의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부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보험업권은 이 같은 흐름에 다소 뒤처지는 듯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지만 속도감 있는 변화를 주는 것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성 인재가 남성 대비 많지 않을 뿐더러 보험업계가 특수한 전문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타 금융업보다 접근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며 타 업종과 비교해서는 기존 이사진 연령층이 높은점 등 여러 난관이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 인재를 모시기 위해 자리가 나기 전부터 미리 적합자를 찾고 준비해오고 있다"며 “그러나 먼저는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인력풀이 적고, 소비자감시나 금융전문 경험이 있으면서도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 등 회사에 어울리는지에 대한 검증도 따르기에 영입에 어려움이 있다.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적합하지 않은 경력이라는 비판도 많기에 후보선정부터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 사외이사로 제안할 만한 인물이 금융업 전반에 고루 분포돼있지만 은행이나 IT로 먼저 유입되는 등 더 볼륨이 크고 접근성이 좋은 업계로 먼저 향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IT업종의 경우 이사진이 젊은데 보험업계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아 사외이사 추천이 원활하게 되지 않거나 영입 후의 분위기 등 알게모르게 작용하는 요소나 다양한 관계가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인력을 늘리는 노력을 점점 키워야 함에 대다수 보험사가 공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여성인력 채용이나 여성관리자 발탁 등을 늘려가는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방향성에도 공감하고 있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이제부터는 변화가 더 많이 체감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