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사우디전력공사(SEC) 이사진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에너지 보직을 거쳐 한국가스공사 사장, 산업부 차관, 한국전력 사장을 두루 역임한 정 사장의 사우디 국영전력공사 합류로 한-사우디 양국 간 에너지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SEC 주주들은 지난 1월 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4년 1월 21일부터 시작되는 4년 임기의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했다. 선출된 이사회 구성원은 정승일 전 사장을 포함해 9인이다. 정 사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사우디와 중동지역 인사들이다. 한중일 등 동아시아 지역 인사는 정 전 사장이 유일하다.
SEC가 정 전 사장을 영입한 것은 지난해 한전과 체결한 '그리드 분야 기술협력 및 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한전과 SEC는 △사우디 현지 그리드 표준화 △엔지니어링 △사업 공동개발 기회 등을 모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양사는 지난 2009년 '라빅 중유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업 공동추진' 등 협력을 지속해 온 데다 정 전 사장까지 영입한 만큼 향후 구체적인 성과가 기대된다.
한전은 또 사우디 에너지 전문개발사인 '알조마이 에너지(AEW)'와는 해외 수소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중동지역 시장 진출 강화를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전은 포스코홀딩스와 롯데케미칼 등과도 '팀 코리아(Team Korea)'를 구성해 청정암모니아 장기구매와 사우디 아람코의 블루암모니아 사업 지분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유수 기업으로 구성된 'Team Korea' 는 △석탄발전소 암모니아 혼소발전 △수소환원제철 △석유 화학 등 분야에 청정암모니아를 활용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 전 사장은 한전은 물론 가스공사 사장, 산업부 차관까지 지낸 인사로 사우디 기업들이 한국과 전통 화력분야에서 협력을 넘어 청정암모니아 및 그리드 분야까지 관계를 확장하는데 최적의 인물로 인식한 것 같다"며 “정 사장이 한전과 기업들이 사우디 진출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선도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지난달 말에는 국내 삼성전기 사외이사에도 선임됐다. 정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21일 열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여부를 심사받은 결과 최근 5년간 소속했던 부서·기관 업무와 취업 예정 업체 간 밀접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취업 가능' 결정을 통보받았다.
한편 1965년생인 정 전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자유무역협정정책관, 무역투자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한국가스공사 사장, 산업부 차관,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한전 경영난이 가중되자 지난해 5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임했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 고문으로 재직하다 사우디전력공사와 삼성전기 이사직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