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컨베이어벨트 방식 탈피 추진”···LFP 배터리도 적극 도입
현대차 ‘다품종 소량생산’ 실험 시작···GM·포드 中 기업과 동맹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며 기존 완성차 기업들이 차별화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 대량 생산이나 보급형 제품 출시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기존의 상식을 깬 '생산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포드 혁명 시절부터 이어져온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로봇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제조 공정을 개편해 저가형 전기차를 양산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100년 넘게 완성차 업체들이 따라왔던 방식을 테슬라가 벗어나려 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순서대로 부품을 조립하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한 곳에서 동시에 차를 만드는 '언박스드 공정'을 채택한다는 내용이다. 뼈대 없이 6개 모듈만 제작해 한꺼번에 조립하면 생산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계산이다. 이를 통해 2만5000달러(약 3300만원)짜리 신제품을 양산을 시도하고 있다.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기차 제조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간 공장 자동화와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원가절감 등을 추진했지만 중국 브랜드와 경쟁하기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생산 혁신을 통해 테슬라는 제조 비용을 절반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싱가포르에서 모빌리티 생산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아이오닉 5,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을 생산하며 '다품종 소량생산 최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컨베이어 벨트 방식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Cell)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작업자와 생산 로봇이 타원형 모양의 셀 하나에서 다양한 차량 수요에 맞춰 모빌리티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하는 차종이 많아지더라도 최적화된 알고리즘으로 생산 계획과 소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능도 도입했다. 가상의 3차원 공간에 쌍둥이 공장을 재현해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및 제어할 수 있는 '메타 팩토리'(Meta-Factory)를 구축했다. 이럴 경우 실제 공정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최적화된 가동률을 산정할 수 있게 된다. 물리적인 방문 없이도 제조와 물류 공정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 배터리 업체와 동맹을 맺는 방식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포드는 중국 CATL과 손잡고 생산 시설을 만들고 있다. CATL은 공장 운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기술 이전 형태로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로 LFP 등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 역시 CATL과 배터리 공장 건설을 협의 중이다. 미국 또는 멕시코에 LFP 배터리 공장을 공동으로 만들어 저가형 모델을 생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는 동시에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역시 내년 출시 예정인 'ID.2올'의 가격을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이하로 책정할 방침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BYD는 지난 2월 7만9800위안(약 1480만원)짜리 전기차 신모델을 내놨다. 여기에 기존 판매 중인 차량의 가격을 추가로 인하하는 정책을 펴며 전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BYD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친환경차 생산 700만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샤오미 등 전자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