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신산업 제안 시리즈➀ - 예술형 주화 산업’
전세계적으로 20조원 규모인 예술형 주화 시장이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일 '신산업 제안 시리즈' 첫 보고서인 '예술형 주화 산업 육성 제안'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예술형 주화란 중앙은행이 그 순도와 무게를 보증하는 법정화폐다. 비(非)유통주화로 자국을 대표하는 상징물을 주제로 금·은 소재를 사용해 발행한다. 귀금속 시세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지며 매년 동일한 주제로 발행된다는 점에서 액면가격에 판매되며 일회성으로 발행되는 기념화폐와는 구분된다.
주요국의 주화 매출은 예술형 주화가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주화 매출 중 예술형 비중은 2022년 기준 캐나다 91.6%, 영국 88.1%, 미국 70.3%로 지계됐다. 유통·기념주화 비중을 대폭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지 않는 한국은 유통주화 비중이 87.3%로 주화의 대부분이었다. 디지털화에 따른 현금 사용 감소로 유통주화가 사라지는 추세 속에서 한국도 신산업 발굴 차원에서 예술형 주화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글로벌 예술형 주화 시장은 2019년 7조5000억원에서 2022년 19조9000억원으로 3년 새 2.7배로 성장했다. 전세계 예술형 주화 발행 9개국 중 자료가 있는 6개국(미국, 중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영국, 호주)을 통합한 수치다.
2022년 기준 예술형 주화 발행규모는 미국이 4조9000억원으로 최대였다. 순위가 낮은 호주도 발행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세계에서 9개국이 예술형 주화를 발행하고 있다. 이 중 8개국은 이미 1970~1980년대부터 예술형 주화 발행을 시작해 관련 산업이 활성화돼 있다. 스페인은 국내외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 2021년부터 발행에 가세했다.
주요국은 자국의 역사·문화·예술적 상징물을 반영한 예술형 주화를 발행해 국내외에 판매하며 국가 문화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이글', 중국의 '판다', 캐나다의 '메이플', 오스트리아의 '필하모닉', 호주의 '캥거루'가 대표적이다. 오스트리아(40%), 스페인(30%) 등은 발행량의 30~40%를 수출하며 예술형 주화를 이용해 해외에 국가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동양을 테마로 한 예술형 주화 수요가 늘고 있다. '판다' 위주로 발행하는 중국을 빼면 아시아에서는 발행국이 없는 상황이다. 호주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십이간지' 예술형 주화를 발행했고, 지난해 계묘년 '토끼' 주화를 발행해 전세계에 판매하며 관련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
한경협 관계자는 “서양 중심의 주화 시장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희소성이 높아 신규 수요를 끌어낼 수 있고 한국의 대표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며 “일본, 아세안이 아직 시장에 참여하지 않은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주요국은 예술형 주화 발행을 통해 전후방 산업 활성화, 재정수입 확대 효과를 얻고 있다. 먼저 예술형 주화는 밸류체인 단계별로 다양한 산업이 연관돼 있다. '원자재 조달' 단계는 귀금속 정제련 산업과, 재료가격 리스크 헷지를 위한 금융상품 등의 발달을 가져온다. '주화 제조' 단계에서는 3D 조각, 금형제작, 제조용 기계장비·부품 산업의 성장이 동반된다. '유통·판매' 단계에서는 전문유통사의 발달과 2차 소매시장 활성화 등 새로운 유통 생태계가 조성된다.
주요국에서는 예술형 주화 전후방 산업이 발전하며 분야별로 글로벌 기업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주화 유통 부문의 경우, 조폐국이 예술형 주화를 수출하기 위해 전문유통업체를 지정해 판매 채널로 활용함에 따라 대형 유통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주화를 발행하는 조폐국이 거둔 재정적 수익은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있다. 캐나다는 왕립조폐국이 창출한 연간 850억원의 수익을 재무부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조폐국이 벌어들인 연간 1300억원의 수익을 중앙은행에 귀속시켜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유통주화는 사라지고 있지만, 예술형 주화는 전세계 20조원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자 K-팝, K-드라마 등 K-컬쳐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강국으로, 국가브랜드와 문화적 강점을 살려 예술형 주화 발행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