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악성'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자 정부가 결국 '세금'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개인이 소유한 민간 기업의 부채를 세금을 들여 해결한다는 점에서 형평성·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경우 줄도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 주택 공급 부족 등 사회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경매 방식 토지 매입과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한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게 뼈대다. 토지는 LH가 최저가로 매입한다거나 안 팔리면 LH가 사준다는 매입확약 등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제한다. 이미 지어진 주택의 미분양 해소는 민간자금을 모으는 CR리츠에게 맡겨 해결토록 했다.
CR리츠는 민간이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고, 이를 임대로 사업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좋아지면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운영된다. 2009년 당시 약 3000여가구를 매입한 9개 리츠사가 LH의 매입확약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일반에 매입해 큰 수익을 낸 바 있다. 집값이 우상향이라는 기본 전제 하에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세를 확 줄여주면 안 팔리는 주택도 팔릴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가 건설사들도 30%는 손실 볼 것을 10% 안쪽으로 손해봤으니 가히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적절한 상품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LH는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이며, CR리츠는 취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또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질타를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건설업 부문의 상황이 심각하며, 그대로 방치해다가는 국민 경제 전체에 줄 수 있는 타격이 더 커질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 이대로 사태를 방관했다가 하도급사의 대금 미지불과 근로자의 임금체불 등이 본격화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될 수 있다. 주택 공급·사회 인프라 구축을 담당한 건설업계가 위축되면 국민들에 대한 안정적 주거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고 사회 발전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 CR리츠의 임대주택은 세입자에게 저렴한 월세를 제공할 수 있고, 향후 이 임대주택이 분양에도 성공하면 부족했던 세수를 취득세 등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업계 주장도 일리는 있다.
국토부는 또 PF사업장 정상화를 위한 리츠 방식 활용 방안도 곧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건설업계 활성화에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LH가 건설사의 토지를 매입하거나 건설사와 매입확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주택공급 지연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CR리츠로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