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호성 대한의료정보학회·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교수)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교수 (대한의료정보학회·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
AI 기반 의학 발전 '기대', 의료인 미래 '불안' 공존
단순한 정원 확대, 필수·지역 의료 해결 도움 안돼
醫·政 합심해 의료수요·의사수 '과학적 산출' 필요
인공지능(AI)은 사람의 학습력, 추론력, 지각력을 인공적으로 구현시키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로 최근 몇 년간 급속한 발달을 보이며 '쓰나미'같이 무서운 속도록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챗(Chat) GPT'라고 불리는 생성형 인공지능은 우리가 물어보는 질문을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답하는 내용도 상당히 정확하다. 백과사전같이 방대하게 수록하고 있는 지식을 바로바로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외과 의사로서 이런 인공지능의 발전을 지켜보고 있으면 향후 10년, 20년 혹은 미래에 펼쳐질 세계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두렵기까지 하다.
최근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이 의학에도 미치고 있다. 엑스선, CT나 MRI 등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빠르고 정교하게 판독하여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깜짝 놀랄 정도이고, 이런 정밀한 진단은 판독이 어려운 병리 진단에도 사용되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은 환자의 병력 청취, 환자 맞춤형 진단, 최선의 치료방법 선택 등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상(外傷)으로 인하여 뇌출혈이 생기거나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빠른 수술로 출혈부위를 지혈시키는 것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이때 현재처럼 CT나 MRI 등의 영상 촬영을 하고 판독하여 진단을 하다 보면 자칫 '골든 타임'을 놓칠 수가 있다.
그러나, AI시스템을 이용해 바로 진단하고 신속히 수술하게 된다면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차원에서 나아가 후유증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까지 가능해진다.
이러한 AI를 이용한 의학분야의 발전으로 점점 더 의학의 수준이 높아지고 '맞춤형 치료'의 범위와 적응증도 넓어지고 많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에 반해 AI의 발전으로 인한 반작용도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이다.
의학과 의료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거의 모든 미래예측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거나 축소될 직업으로 의사가 아주 높은 순위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네이처(Nature) 저널에서도 전문가들이 'AI가 의사들을 상당히 대체할 것'이라는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앞으로 AI가 의사들의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정말 AI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들은 소수이지만, 대부분은 의사들의 수요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즉 확실한 것은 'AI가 의사의 일을 많이 덜어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끝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에 의료수요가 많아져서 올해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한다.
의료계는 단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앞으로 수년 후에 AI시대, 즉 인공지능 시대가 정착한다면 의사가 하던 환자병력 청취, 복잡한 진단 과정, 치료계획의 확립 등의 일들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의사는 AI와 함께 정확하고 또 신속한 맞춤형 진단 치료를 할 것이다. 이때 의사 수가 정말로 많이 필요한 지는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과학적으로 산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쓰나미 초기에는 바닷물이 빠져나가서 오히려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게 할 수도 있다. 다시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는 'AI 쓰나미'를 우리는 지금부터 잘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