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폐지·공공와이파이 확대 등 여야 ‘한 목소리’
기존 공약 또 반복?…총선용 ‘표’풀리즘 지적 나와
무리한 정책 추진에 부작용 우려·실효성 논란 커져
4.10 총선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이목이 쏠린다. 여야 모두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 다양한 공약을 쏟아냈지만 이미 기존에 나온 공약의 반복이나 확장판일 뿐 새로운 게 없다는 평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의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정책공약집에는 나란히 '통신비 인하'가 주요 주제로 담겼다.
먼저 국민의힘은 △단통법 폐지 △저가 요금제 출시 및 청년 혜택 강화 △신규 이동통신사 지원을 통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원금 상한 폐지로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에게 저렴한 휴대전화 구매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신속히 처리한다.
또 현재 3만~4만원대 중후반인 5G 요금 최저구간을 더 낮추고 소량 데이터 요금제 세분화를 시행하겠다는 목표다. 신설되는 저가 구간에서도 데이터 제공량을 최대 2배 늘리는 청년요금제도 추진한다.
이밖에 전통시장, 주택가 주변 공원, 고속·마을버스 등 와이파이가 없는 지역과 시설에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세액공제 신설 △군 장병 통신 요금 할인 확대 △잔여 데이터 이월 △농어촌 지역을 위한 슈퍼 와이파이 구축 △기업·기관 고객센터 전화요금 전면 무료화 △단통법 개선 법제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단통법 폐지 카드를 꺼내 들자, 이를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선 단통법은 폐지 또는 개정으로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또 통신 소외지역을 위한 공공 와이파이 구축을 추진하는 등 국민의힘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밖에도 미성년자나 65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통신비 세액 공제를 시행하고, 병사 통신비 할인율을 20%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야가 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자, 통신업계의 한숨은 짙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 내내 이어진 통신비 인하 압박이 총선을 앞두고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맹탕공약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단통법 폐지, 저가 요금제 출시 등은 이미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사항이다.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은 이미 과거에 나온 공약인 데다 이미 부분적으로 현실화됐다. 새로운 것을 꼽자면 세액공제나 상담 전화 무료화, 최근 출범한 신규 이통사 지원 정도다.
업계 역시 총선을 앞두고 제도 변화가 너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4 이동통신 출범, 통신사 이동 전환지원금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지만 실효성 논란만 일었다. 특히 단통법 폐지 등은 정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작 효과는 의문이라는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거 후에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통법 폐지의 통신비 인하 효과 논란도 여전한데다 폐지 후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제도 추진으로 부작용만 일으킨다면 총선용 정책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