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13일 공포, 올해 6월 14일부터 시행
송전선로 최소화 설비도 인정, 사실상 용량제한 없어
연 20만MWh 이상 사용 의무대상…63빌딩 수준
“한전 요금으로 투자금 회수 어려워, 활성화 한계”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오는 6월 1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법의 취지는 지역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구축해 지역 내에서 전력의 자급자족을 이루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치의무 대상이 63빌딩 규모로 설정되는 등 기준이 너무 느슨하고,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대다수의 의견이다.
8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작년 6월 13일 공포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1년 후인 오는 6월 14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현 우리나라의 전력 체계는 주로 해안가에 설치된 원전이나 석탄발전, 가스발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 내륙으로 공급하는 형태이다. 이렇다보니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 등 송전망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지역민원이 발생하고, 대도시가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역이 오염을 뒤집어 쓴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지역 내에서 전력 등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취지이다.
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분산에너지 의무 설치자는 △연간 20만메가와트시(MWh) 이상의 에너지 사용이 예상되는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의 소유자 △개발사업 등의 면적이 100만제곱미터(㎡) 이상인 사업의 시행자 또는 관리자 등이다.
의무 사용량은 지역의 에너지자급 등급에 연도별 비율을 곱해서 구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역별 전력자급률은 대전 2.95%, 광주 8.44%, 서울 8.89%, 충북 9.40%, 대구 15.39%, 경기 61.04%, 전북 68.65%, 제주 79.65%, 울산 102.19%, 세종 103.04%, 경남 136.72%, 전남 171.31%, 강원 195.53%, 경북 201.44%, 인천 212.82%, 부산 216.71%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급률에 따라 등급을 매길 예정이다.
여기에 곱하는 연도별 비율은 2026년까지 2% 2029년까지 5%, 2034년까지 10%, 2039년까지 15%, 2040년까지 2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즉 자급률이 낮은 지역일수록 의무 사용량이 증가한다.
분산에너지로 인정받는 설비는 자가용전기설비, 40MW 이하 발전설비, 집단에너지 생산 열, 수요지 인근에 설치돼 송전선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발전설비, 300MW 이하 원전(SMR) 등이다.
법에서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지역에 있는 분산에너지사업자는 한전 송배전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개별적 요금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특화지역으로 대전, 경기, 제주, 울산 등 10여개 지자체가 신청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당초 에너지업계에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시행되면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 소규모 발전원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경유발전기 설치도 가능하지만 지역민원이 클 수 있고, 그렇다고 내륙에 풍력발전을 설치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기준이 계속 느슨해 지면서 이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무설치자 기준인 연 20만MWh 전력 소비자는 예로 들면 63빌딩 수준이다. 지역에서 이 정도 전력을 소비하는 빌딩은 거의 없을 것이고 데이터센터밖에 없다. 특히 지역은 전력자급률이 높고 초기 연도별비율도 2%밖에 안되기 때문에 의무 대상자가 아주 소규모만 설치하면 된다"면서 “반면에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 연료와 용량 제한 없이 전력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LNG발전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는 어떤 분산에너지도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한 LNG발전업계 관계자는 “법에 의거해 지역별 요금제를 따로 정할 수 있다 해도 한전 요금이 기준이 될 것인데, 현 한전 요금으로는 어떤 발전원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요금이 현실화되지 않고 분산에너지가 활성화 되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의무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요금을 현실화해야만 법 취지가 살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법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