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륜에선 자리싸움 등 작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록이 좋은 선수가 항상 입상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1위보다 2, 3위로 갈수록 자주 나타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다 높은 순위를 향한 선수들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격렬한 몸싸움이 불가피하고 이런 과정에서 크고 작은 낙차 사고가 발생한다. 보는 이들에겐 안타까운 모습인데, 경륜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이클 종목이나 빙상 쇼트트랙 종목에서도 곧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차이점은 어쩌다 한 번씩 열리는 아마추어 경기나 올림픽 종목의 사이클과 달리 경륜은 매주 열리는 프로 경주라는 점이다. 경륜선수들의 연간 출전 횟수는 정해져 있다. 야구-축구-농구 등 구기 종목을 포함한 다른 프로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한 해가 끝나면 설사 출전 횟수를 채우지 못해도 다음 해로 이월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자기 몸이 전부인 선수에게 경기 중 또는 훈련 중 생기는 부상은 늘 충분한 휴식과 준비기간이 보장되는 아마추어 선수들과는 비교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며 어렵게 순위를 끌어올린 선수가 다치면, 순위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아파서 경주를 참가하지 못한다면 상금이 주 수입인 선수 생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중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선수들 육체적인 부상이나 정신적인 후유증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복귀한 선수들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나 고객 사이에선 일단 선수의 부상 명을 사전에 점검하고 단순 찰과상이 아닌 골절 등 부상이 있던 선수가 복귀한 경주에선 해당 선수를 순위권 입상 후보에서 대체로 제외했다. 이렇게 생겨난 경륜 통설이 이른바 “낙차 후 출전 선수는 지워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설은 이제 옛말이 됐다.
지난 창원에서 열린 13회차 선발급 경기에 출전한 유상용(11기, B2, 일산)은 작년 10월21일 창원 경주에서 낙차를 당한 후 24주 만에 복귀했는데, 첫날 바로 3위, 둘째 날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낙차 직전 세 경주에서 각각 5위, 7위, 4위를 기록한 점에 비하면 오히려 더 나아진 성적이다.
광명 선발급 경주에 출전한 허남열(24기, B1, 가평)도 올해 1월 초 낙차로 인해 14주 공백이 발생했지만, 복귀 후 첫 경주에서 3위, 둘째 날은 2위를 기록했다. 26주 만에 모습을 보인 우수급 이용희(13기, A2, 동서울)도 복귀 첫날 3위를 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인기 순위는 5위에 불과했으나 대다수 예상을 깨고 두 계단이나 성적을 끌어올렸다.
방심하면 순식간에 순위가 급락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등급인 특선급도 예외가 아니다. 김동관(13기, S3, 경기 개인), 신은섭(18기, S1, 동서울), 김관희(23기, S1, 세종), 노형균(25기, S1, 수성), 이태호(20기, S1, 신사) 등 성적도 낙차 부상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오른 예도 있다.
부상 이후 복귀한 선수들 성적이 과거와 달리 부상 이전만큼 유지되거나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이유는 경륜경정총괄본부에서 장기 부상선수의 생계유지를 위해 산재보험과 단체 상해보험 가입을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경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선수들이 시합에 출전할 수 없는 기간에도 휴업급여와 단체 상해보험 보장금액을 통해 일정 수준 생계비를 보전할 수 있어서, 부상 회복은 물론이고 충분한 훈련을 통해 순조롭게 복귀 준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경륜 전문가들은 갈수록 경륜 경주 품질이 향상되고, 최근 명승부가 쏟아지고 있는 경주 배경에도 이런 부분이 큰 몫을 수행하고 있다며 “공백이 있는 선수들 재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훈련량이라 이에 대한 집중적인 관찰과 정보수집이 경주 추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