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니 ‘음식물가 들썩’…원료비·유가 급등에 줄인상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17 17:00

코코아 최대 7배↑ 설탕도 작년 1분기대비 19%↑
중동전 위기 고조로 국제유가도 오름세 ‘설상가상’
올리브유 시세 상승에 치킨 브랜드들 인상 신호탄
식품사 “터질게 터졌다…압박 지속땐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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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초콜릿 과자류를 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

4월 총선 정국이 끝나자 그동안 물가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던 식품·외식기업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코코아·설탕·올리브유의 국제가격 급등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이란 무력충돌로 중동지역 정세가 악화하면서 국제유가 오름세를 자극해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1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중동지역 위기감이 커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제금융시장도 동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일 장중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 1400원을 돌파해 국내외 기업들은 에너지 및 원재료비용 부담 가중을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코아·설탕 등 식품 주원료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1~10월 월별 평균 1톤에 2000~3000달러대에서 이달 10일 1만411달러로 5~7배 크게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Q) 발표에 따르면, 설탕 가격지수도 지난해 평균 145.0으로 전년(114.5) 대비 26.6% 상승했다. 올들어 1분기(1~3월) 설탕 가격지수는 136.7로 지난해 평균보다 5.7%포인트 내렸지만, 지난해 1분기과 비교에선 19.4%포인트 높았다.




국제가격의 급등으로 설탕·코코아를 주로 활용하는 제과업계는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제과업체들은 아직 구체적인 인상 계획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추후 가격 변동이 악화될 경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현재 코코아 재고가 거의 소진된 수준"이라며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대치로 오른 만큼 이대로 지속된다면 가격인상 검토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외식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프리미엄 치킨에 사용되는 올리브유의 시세가 치솟자 일부 치킨 브랜드는 이미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국제올리브협회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산 비정제(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3월 말 기준 톤당 8645유로로 전년동기 대비 65% 올랐다.


그러자 굽네는 지난 15일 치킨메뉴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일제히 올렸다. 같은 날 파파이스코리아도 치킨·샌드위치·사이드메뉴와 디저트·음료 등 가격을 평균 4% 인상했다. 배달 차등가격제도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도 매장 판매가보다 평균 약 5% 높은 가격으로 적용했다.


가격인상 치킨업체들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으나, 인건비·배달수수료 등 비용상승 압박 탓에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직영점만 운영하는 파파이스와 달리 가맹사업을 진행하는 굽네는 가맹점의 수익 개선을 위해 지난 2022년 이후 2년 만의 가격인상이라는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굽네·파파이스의 가격인상을 신호탄으로 프랜차이즈 치킨 빅3인 bhc·bbq·교촌도 줄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교촌치킨을 제외하면 bhc·bbq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2%, 13.7% 줄었다.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가격 인상을 통한 내실 강화에 돌입할 것이란 업계 분석이다.


특히, 다른 경쟁사와 달리 bbq는 2022년 5월 치킨 가격을 2000원 올린 것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에서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교촌치킨과 bhc는 주요 제품 가격을 각각 3000원씩 올렸다. bbq는 지난해 9월부터 해바라기유와 절반씩 섞어 올리브유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에 나섰다. 다만, bhc와 bbq 모두 당시 “가격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론 압박으로 가격인상 없이 감내해 왔는데 총선 끝나면서 터질 게 터진 느낌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에) 눈치보기 싸움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제 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제품 가격인상 압박도 커져 사실상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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