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 후 하이브 주가 4% 급락
하이브 시총 일주일 새 1.2조 증발…SM·YG도 약세
엔터업계 인적 리스크 확산…단기 주가 변동 불가피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이브의 경영 리스크가 K-POP 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내 주요 엔터사 주가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하이브 주가 일주일 새 12% 하락…시총 8조원대로 뚝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하이브는 전일 대비 4.95% 내린 20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9일 23만원대에 거래됐던 주가는 26일 20만원대로 떨어졌다. 일주일 새 12.6%가 하락한 것이다.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기관은 1545억원어치를, 외국인은 3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시가총액도 일주일 만에 1조2079억원이 증발했다.
하이브와 함께 4대 엔터사로 꼽히는 SM과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지난 26일 각각 1.82%, 0.83% 하락했다. 엔터 종목 중 JYP엔터테인먼트만 유일하게 0.15% 소폭 상승했다.
최근 엔터주는 2분기 실적 기대감에 상승 추세였다. 하이브는 2분기 르세라핌을 제외한 모든 소속 아티스트들의 컴백이 예정돼 있고 오는 6월부터는 BTS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전역을 앞두고 있다. SM도 에스파, 라이즈 등이 컴백을 앞두고 있고 JYP 엔터테인먼트도 기대주인 일본 현지 보이그룹인 NEXZ의 데뷔가 예정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하이브의 경영권 갈등 소식에 엔터주 전체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민희진 기자회견에 하이브 반박문까지…대립각 첨예
앞서 지난 22일 하이브는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이자 자사 레이블인 어도어의 수장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계획 의혹을 제기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감사를 통해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계획을 세운 사실을 확인했다며 민 대표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민 대표는 지난 25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고 의도한 적이 없다"며 “실적을 잘 내고 있는 계열사 사장을 이렇게 찍어 누르려고 하는 게 오히려 배임 아니냐"고 주장했다. 어도어 지분율이 하이브가 80%, 민 대표가 20%씩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20%인 쪽의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는 게 민 대표 측의 설명이다.
민 대표는 2시간 넘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비속어를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억울함에 눈물을 흘리면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민 대표의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에 여론은 민 대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하이브 주가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지난 26일 4% 넘게 하락하면서 한 달 만에 2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민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 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멀티 레이블 체제 의구심 확산…아티스트 이미지도 타격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멀티 레이블 체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엔터업계는 '인적자본 리스크'로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데 인적 리스크의 범위가 아티스트에서 레이블간 갈등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레이블은 아티스트를 발굴·기획하는 소속사 개념이다. 하이브는 산하에 빌리프랩, 쏘스뮤직 등 11개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어도어도 하이브의 국내 레이블 중 하나로 어도어의 지분 80%를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다, 어도어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03억원, 335억원으로 하이브 연결 실적에서 각각 5%, 1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민 대표가 IP 콘텐츠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멀티 레이블의 확장성과 멀티 레이블 자체에 대한 존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며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고 엔터업종의 숙명적인 '인적 리스크'가 아티스트의 사건사고 외에도 기획사와 프로듀서간 마찰 등으로 확장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분간 엔터주의 주가 변동성도 높을 전망이다. 경영권 다툼이라는 악재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주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뉴진스 일부 팬들은 하이브 사옥 앞에서 “뉴진스를 이용하지 말라"며 트럭 시위를 열기도 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진스가 지난 26일 무려 10개월 만에 국내 컴백한 가운데 예정된 일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이번 어도어 감사 이슈로 인해 당분간 하이브 주가는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