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기업 밸류업을 향한 일말의 기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4.28 11:32
증명사진

▲김기령 자본시장부 기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2일 공개하기로 했다.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은 지난 2월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자율공시하는 게 주요 골자다. 향후에는 자율공시 우수기업을 중심으로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구성해 운영할 전망이다.




연초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드디어 사업 시행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데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율공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고 이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자율공시는 말 그대로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자율적으로 공시를 작성해서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해라는 의미인데 과연 기업들이 당국의 기대만큼 움직이겠냐는 것이다.


밸류업 지원 방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자율공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작성해 공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회사의 판단에 따라 공시 여부나 횟수, 내용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자율공시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거치지 않아 금감원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공시 계획을 변경하거나 공시하지 않더라도 규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처벌도 없다.



정부는 관련 패널티가 없는 대신 기업들에 밸류업 표창을 수여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 운영 초기에는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음 달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지만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는 기업은 많지 않다", “자율에 맡겨서 얼마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기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주주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서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배당 확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승인되는 등 주주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과를 이뤄냈다. 일반주주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 주주환원이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이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주주들 입장에서 자율공시 여부를 놓고 기업을 압박할 명분도 생긴 셈이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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