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원 넘은 퇴직연금, 증권사 비중 커져
DC·IRP 비보장 장기수익률 상위권도 ‘증권업’
조직 신설, MTS 기능 통합 등 역량 강화도 계속
증권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공략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국내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며 퇴직연금 상품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가 퇴직연금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하며 적립금 규모도 빠르게 늘고, 각 사마다 역량 강화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금융권 퇴직연금 총규모는 약 386조원으로 작년 말(약 378조원) 대비 8조원가량 늘었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말(126조원) 대비 세 배 증가한 수치다.
시간이 흐를수록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실제 금융권이 보유한 퇴직연금 자산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점차 늘어나는 반면, 출산율은 점차 줄어 0.7명 수준에 불과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그만큼 향후 노년 인구층 부양비가 공적연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은 필수가 됐다.
특히 퇴직연금의 고수익 운용을 원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증권사의 퇴직연금 규모 성장세가 가파르다. 실제로 퇴직연금 중 원리금 비보장 상품 장기 수익률 상위권도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분기 말 기준 DC형의 원리금 비보장 7년 수익률 1위는 하나증권(5.02%)이, 대신증권은 IRP 원리금 비보장 5년(5.65%), 7년(4.42%) 수익률 톱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90조7041억원으로 은행(202조3522억원)·보험업권(92조6958억원)에 비해 가장 적었지만, 전 분기 대비 4.57%(3조 9644억 원) 증가하며 인기가 커지고 있다. 동 기간 은행권 퇴직연금 규모는 2%가량 증가에 그쳤고, 보험은 오히려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도 자산관리(WM) 분야 미래 먹거리로 퇴직연금에 주목,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 도입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무렵부터 각 지점에 연금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지난 2005년부터 퇴직연금본부를 구성하는 등 업계에서 가장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인 곳으로 꼽힌다. 전통 WM 명가인 삼성증권도 자사 프라이빗뱅커(PB)를 지점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퇴직연금 기능을 통합시키고 운용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 교육을 개최했다.
또한 타 업권으로부터 충분한 퇴직연금 운용 경험을 갖춘 인력을 적극적으로 모으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보험업권 인력들도 조건만 잘 맞으면 증권사에 거리낌 없이 이직하는 편"이라며 “퇴직연금 중요성이 증가하며 앞으로도 이같은 전문인력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