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
지난해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액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으로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25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저임금 미만율 또한 13.7%로 1.0%p 높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지난해 301만1000명으로 2022년(275만6000명) 대비 25만5000명 증가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2022년 12.7%에서 2023년 13.7%로 올라갔다.
최저임금이 2018~2019년 두 해 동안 30%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보이면서 2019년 338만6000명까지 치솟았던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 수는 이후 감소했다. 2022년(275만6000명)에는 300만명을 하회했으나, 지난해 다시 300만명을 넘어섰다.
최저임금 미만율도 2019년 16.5%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2.7%까지 3년 연속 감소했지만 작년에는 13.7%로 전년 대비 1.0%p 뛰었다.
2001년 4.3%에 불과했던 최저임금 미만율이 13.7%로 높아진 것은 그간 우리 최저임금이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누적해 옴에 따라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저하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001년 대비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와 명목임금이 각각 69.8%, 159.2% 인상되는 동안 우리 최저임금은 415.8%나 인상되며 물가의 6.0배로, 명목임금의 2.6배로 올랐다.
최근 10년간(2013년 대비 2023년) 최저임금의 누적 인상률은 97.9%로 나타났다. 동 기간 물가상승률(20.0%)의 4.9배로, 명목임금(37.7%)의 2.6배로 올랐다. 분석기간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2019년 이후로 한정하더라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15.2%로 동 기간 물가상승률(12.2%)과 명목임금 인상률(13.2%)에 비해 더 높았다.
작년에도 최저임금 미만률은 업종별,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불능력 차이를 간과한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 등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주요 업종 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는 최대 41.2%p에 달했다.
또 소규모 사업체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382만9000명 중 32.7%인 125만3000명이 최저임금액 미만 근로자로 나타났다. 이 규모 사업장에서는 현 최저임금 수준이 사실상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2%에 불과했다.
현 최저임금 미만율 산출 방식(최저임금위원회 공인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해 법정 유급주휴시간을 반영해 분석하면 작년 최저임금액인 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는 533만6000명, 미만율은 24.3%에 달했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개념으로 미만율을 국제비교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경총은 설명했다. 다만 이와 유사한 개념인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근로자 비율'을 다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1년 19.8%로 OECD 25개국 중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19.8%)은 OECD 25개국 평균 7.4%의 2.7배에 달했다. 일본 2.0%, 독일 4.8%, 영국 5.9% 프랑스 12.0% 등 주요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지난해 우리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로 그 자체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법정 유급주휴시간까지 고려하면 24.3%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의 사업체에서는 심각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적어도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現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향후 상당기간 최저임금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며 “업종에 따른 경영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