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제작사 공급망 이슈 해결…차질 없이 들여올 것”
대한항공이 차세대 고효율 여객기들을 연내 들여와 퇴출이 예정된 대형기들의 좌석 공급 역할을 맡긴다.
24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은 올 하반기 보잉 787-10과 에어버스 A350 초도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사정에 정통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787-10과 A350 시리즈를 각각 7~8월, 12월에 인도받는다는 것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그간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신조 787 여객기 하반기 도입설이 무성했지만 세부 형식과 에어버스 기종, 월 단위 일정까지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19일 파리 에어쇼에서 11조원 규모의 787-9 10대와 787-10 10대 등 여객기 총 30대를 구매·리스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보잉과 계약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신규 항공기 제작 수요가 대폭 감소했고, 이에 따라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보잉은 자사 숙련공들을 대량 해고했다.
이 여파는 코로나19가 걷힌 현재까지도 지속돼 항공사들이 제때 계약분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계약 체결 이후 약 5년 만에 신조 여객기 787-10을 들여오는 셈이다. 올해 2월 보잉 사우스 캐롤라이나 딜리버리 센터에서는 대한항공 787-10 드림라이너 HL8515·HL8536·HL8537·HL8538 등 4대가 주기돼있는 모습이 포착돼 신빙성을 더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1년 8월 항공 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A380은 5년, 747-8i는 10년 내로 처분하겠다"고 했다. 비효율 기재 정리를 통한 내실 경영을 기하기 위함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항공사별 2024년 기재 도입 계획'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27대를 처분한다고 항공 당국에 보고했다. 어디까지나 '계획'일 뿐이어서 변동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 중에는 747-8i 3대, 747-400 1대, 777-200 3대, A380-800 3대 등 대형기 10대가 포함돼 있다.
당초 조 회장의 방침보다 다소 이르지만 실제 대한항공은 최근 A380-800 3대에 대한 파트 아웃 작업을 진행해왔고, 747-8i 5대는 미국 방위 산업체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제작사들의 공급망 문제로 인해 주문한 중대형 신형 기재를 단 한 대도 못 들여왔던 만큼 여객사업본부의 좌석 공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고, 대형기 처분이 현 시점에서는 섣부른 판단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보잉과 에어버스의 공급망 이슈가 빠르게 해결되는 모습"이라며 “분명히 올해 안으로 신조 여객기 인도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 역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밝혔듯, 당사는 내년 9월 30일까지 747-8i를 매각한다는 입장이어서 하루라도 더 운용해야 이득"이라며 “신조기가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송출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여객기의 아이콘'이자 '하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지닌 보잉 747과 '하늘 위의 호텔'로 통하는 A380은 장거리용 4발 대형 제트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엔진 갯수가 많아 정비 비용이 쌍발기에 비해 많이 들고, 연비도 최신 기종보다 낮다는 단점이 있고, 탄소 중립 시대에 뒤떨어지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아 퇴역하는 추세다.
한편 엔진 기술의 발달로 항속 거리가 길어지고 기계적 신뢰도가 입증됨에 따라 대세는 쌍발기로 굳어지고 있다. 787-10은 1만1910km, A350 시리즈는 형식에 따라 연료를 최대 적재량까지 실어 1만5000~1만8242km를 비행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747-8i와 A380-800은 각각 346석, 407석을 탑재하고 있다. 옵션에 따라 앞으로 들여오는 787-10에는 330~440석, A350-900에는 325~440석, A350-1000에는 366~475석이 장착돼 대체기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