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지주 글로벌 진출, 실패를 두려워 말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2 08:49
나유라

▲금융부 나유라 기자.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기상청도 틀리지만 그 정도 정확성을 갖고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렇게 차이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틀렸고, 왜 차이가 났고, 그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예측이 틀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이 데이터 얘기 안하고, 이게 시장 안정에 좋다고 그냥 있으면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크게 비난 안 받겠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정부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아볼 수는 없는지,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의 발언은 '경제성장률'이나 '시장 예측'을 넘어 금융지주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수많은 이들은 '금융사들이 우리나라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순이익 1,2위에 오르는 대형사들조차 해외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간, 돈을 투입해야 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1, 2위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한 곳에서만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면, 단연 우리나라 은행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은행들이 타국의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진출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일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철수하면, '실패'라는 서슬퍼런 꼬리표가 붙는다. KB국민은행이 2020년 8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 67%를 인수한 이후 거듭된 유상증자에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코핀 은행은 인수 직후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책임론을 물을 정도로, 알고 보니 상당한 부실 은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자칭 한국의 KB국민은행만한 우량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민은행 사례처럼 지금도 국내 많은 금융사들이, 손실이거나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코핀 인수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봐야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실패'라는 비난도 받지 않고, 시간과 돈을 아끼는 '가장 손쉬운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길을 택한 금융사들이, 만일 해외에서 철수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실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철수로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다음 해외 진출 때는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곧 K-금융이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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