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가격 등 일부 지표 호조세 뚜렷
실수요자들 “빨리 집 사야 하나” 고민
전문가들 “일시적 반등 가능성 높아, 대세 하락세 올 수도” 경고
전국의 부동산 관련 주요 지표들이 최근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선 집 값이 지난 2년 여간의 하락세를 끝내고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바닥'이니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지, 아니면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하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표 호조가 부양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격적인 침체기가 다시 올 수 있는 만큼 주택 구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 대표적 지표 뚜렷한 호조세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우선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다. 2022년 7월 이후 월별 4000건 이하에 장기간 머물다가 지난 3~4월 증가하면서 두 달 연속으로 4000건을 돌파했다. 3월 4366건, 4월 4169건을 기록했다.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과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종합해 보면 4월 말 현재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고점 대비 약 10% 정도, 즉 가장 높았던 2021년 말~2022년 초에 비해 약 90% 수준을 회복했다.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였던 2022년 이후 최대 60~70%까지 하락했던 것을 상당 수준 만회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강남3구나 마·용·성(마포구·용산구·성동구) 지역 뿐만 아니라 둔촌 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진 강동구를 제외한 이른바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까지 최근 매매가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경우 상승세가 뚜렷하지만 세종, 대전, 강원 등 다른 지역들은 아직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1년 넘게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도 주택 가격 상승세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전세가율, 즉 주택 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이 상승하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 수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올 3월 53.2에서 4월 53.4로 올랐다. 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오른 88.4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구는 87.8에서 88.2, 강남 11개구는 88.2에서 88.5로 각각 상승했다. 가장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자치구는 마포(0.8포인트)다. 강동구는 전월과 동일한 지수를 나타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린 90.1를 기록했다. 전세가는 오르는데 매매가는 떨어지며 전세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잿값·고금리·인건비 등이 급등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공사비와 분양가가 집 값을 올리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서울에선 올해 1월 3.3㎡당 1억원이 넘는 재건축 아파트 물량이 나오는 등 분양가가 급등하고 있다. 향후 몇년간 아파트 신규 분양이 급격히 줄어들어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공급 절벽론'도 있다. 실제 내년부터 3년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이전 3년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2025∼2027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23만4천660가구(임대 제외)인데, 이전 3년(2022∼2024년)간의 입주 물량(44만6천595가구)의 52.5%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 “여건 열악, '대세 하락기' 또 온다"
반면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규모 유동성 공급, 일시적 수급난 등으로 2020~2021년 벌어졌던 아파트 가격 급등 사태보다는 오히려 큰 폭의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예컨대 최근의 거래량 증가의 경우 늘어난 것은 맞지만 최근 20년간 월 평균 5800건의 거래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 등 부양 정책을 쓰면서 다소 늘어났지만 대세 상승기 때 서울에서만 월 평균 7000~8000건의 거래가 일어나는 것에 비하면 여전히 '거래 절벽'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그 정도의 부양책을 쓰고도 4000건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상황"이라며 “여전히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낮은 수준의 거래이며, 늘어난 게 아니라 굉장히 큰 침체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2~3개월간의 가격 상승세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주택구입부담지수, 금리, 소득 등 가격과 관련한 수요 관련 지표들이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발표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이 지수는 중위소득가구가 표준대출로 중간가격주택을 구입할 때 얼마나 대출 상환 부담을 져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즉 이 지수가 90이라면 서울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적정부담액(소득의 25%)의 90%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당시 214.6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4분기 64.6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서울의 집 값은 여전히 최소 10~30%의 거품이 끼어 있어 사람들이 집을 사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올해 1분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1000원으로, 작년 1분기 377만5000원보다 6만4000원 줄어 드는 등 최근 2년새 '역대급 소득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밖에 '공급 절벽론'에 대해서도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후분양 물량'에 주목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2024~2025년새 서울에서 신규 분양될 재개발·재건축 후분양 물량만 4만8000여채에 달하며 특히 강남 3구에만 1만8000여채의 후분양 물량이 집중 공급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계 부채 축소를 위해 시행 중인 스트레스 DSR 제도가 올해 말 또는 내년까지 3단계 확장 시행될 경우 주택 구입 자금 대출이 더 까다로워진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만약 전세금 대출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엔 전세시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빚을 내어 사는 신규 주택 구입'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오는 8~9월이면 현재의 단기 상승세 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 집 마련에 지금은 적당한 시기가 아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중에는 전국적으로 좋은 곳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조금 기다리고 나중에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