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병훈 SK하이닉스 부사장 “반도체 시장, ‘탑다운’ 관점 견지…IT 트렌드 다양하게 봐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4 18:18

“어떤 업무든 리스크 작고 ‘가성비’ 좋은 선택지 발굴해야”
“‘원팀 스피릿’ 아래 전사 구성원 간 협업, 무엇보다 중요”

류병훈

▲류병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이 구성원들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조8860억원.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에 거둔 영업이익이다.


2022~2023년은 반도체 업황이 악화돼 업계가 시련을 겪던 기간이다. 이 다운 턴 기간 중 전 구성원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치밀한 전략에 따라 올해 1분기에 이와 같은 결실을 거뒀다는 것이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 전략 담당 류병훈 부사장은 전사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장기간 이어진 불황을 견뎌내는 데 힘을 보탰다. 글로벌 IT 업계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올해, 류 부사장은 시장을 더 깊게 들여다보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미래 대응 전략을 한층 면밀하게 구상 중이다.


'미래 전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고 지원하는 조직이다. 시황과 트렌드, 경쟁 환경 등을 파악하고 회사의 성장 전략에 반영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 조직의 주 역할이다. 이에 '미래 전략'은 다양한 부서와 협업해 정보를 폭넓게 수집하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올해 류 부사장은 생산·판매를 최적화하고, 제조와 R&D의 원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재편했다. 특히, 그는 전사 ESG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을 미래전략 산하에 새롭게 편입하고, 기존 조직을 '경영 전략'-'경영 기획'으로 이원화해 전문성을 높였다. 이로써 미래 전략은 단기와 중장기 전략, 투자 효율, 지정학 이슈까지 들여다보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규모가 커져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합니다. 리스크가 작고 투입 대비 효과가 큰 선택지를 발굴하는 것이죠. 어떤 업무든 이를 염두에 두고, 시장을 살펴 최선의 전략을 도출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입니다."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원팀 스피릿'이다. 경영 환경 전반과 수많은 기술 트렌드를 익히고, 현장 목소리까지 반영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 특성상 전사 구성원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류 부사장은 강조했다.


“연구·개발(R&D) 조직에서 접한 업계 정보, 선행 기술 연구 조직에서 파악한 실리콘 밸리 하드웨어 변화 등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펼쳐 놓고 함께 논의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죠. 때문에 전사적 차원에서 트렌드를 읽을 수 있도록 원팀 스피릿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는 좋은 협업의 사례 중 하나로 SSD를 꼽았다. 최근 AI가 급부상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함께 AI 데이터 센터에 탑재되는 고용량 기업용 SSD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류 부사장은 “현업에서 이 수요를 빠르게 읽고 전략 부서에 공유해 주면서 사업 전략에 즉시 반영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전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이것만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부사장은 지난해 1월 SK하이닉스에 합류한 이래 줄곧 협업의 장을 조성하기 위해 힘써왔다.


“다양한 부서가 저마다 근거를 갖고 시황을 예측하고 공유하는 협업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수익성 중심으로 자원·설비 투자비를 할당할 수 있었습니다. 예측 오류를 줄이고 투자 가시성도 명확히 확보했죠. 올해는 선행 기술 연구 조직을 초빙해 기술 데이터와 인사이트도 확보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중장기 시장을 더 명확히 가늠해 볼 것입니다."


미래 전략에서 직접 개발한 '시황 분석 툴'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전후방 산업 데이터로 회귀 분석해 메모리 시황을 내다보는 모델이다. 미래 전략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도 청신호다. PC·모바일·서버용 메모리에 이어 전도 유망한 제품군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AI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메모리 월'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제품으로 HBM이 떠오르고 있죠. 따라서 이 제품 수요는 더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류 부사장은 앞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다고 덧붙였다.


“전방 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수의 AI 기업이 모험 자본의 손을 빌리고 있고, FOMO로 인한 수요도 존재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확실하지만, 전방 산업이 탄탄히 자리 잡기 전까진 변동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 AI 데이터 센터의 구축 속도까지 감안해 신중하게 투자를 늘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시그널을 유심히 살피며 수요를 전망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나갈 것입니다."


류 부사장은 장기간 동안 IT와 반도체 산업 역량을 축적하고, SK그룹 내 여러 회사에서 성과를 만들어 왔다. 2012년 SK텔레콤 재직 당시 그는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전후방 산업 특성을 파악했고 이후 SK C&C·SK스퀘어 등을 거치며 IT 산업 변화와 투자 동향도 몸에 익혔다. 이제 그는 세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간다.


“단기적 목표는 어느 곳에 자원을 집중하고, 어떤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지 생산·투자 관점에서 최적점을 찾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성형 AI처럼 시장 변화를 이끌 기술·사업·거시적 인자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 목표는 글로벌 운영 체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실리콘 밸리의 공급망 변화를 감지하면 이를 의사 결정에 즉시 반영해 생산·투자를 일사천리로 조정하는 것이죠."


특히 류 부사장은 “지정학적 상황과 공급망 변화, 기업 간 합종연횡 영향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은 급격히 변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진일보한 운영 체계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큰 그림부터 보고 세부적으로 채워나가는 '탑다운 관점'에서 통찰력과 예지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AI 시장 전체를 보면, 전방 사업자들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흐름이 있습니다. 여기서 고객 맞춤형 제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는 인사이트가 나옵니다. 때문에 앞으로는 경쟁 환경을 고려한 합종 연횡과 고객 밀착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보고, 미래 전략을 고민할 것입니다."


더불어 구성원에게는 협업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원팀 스피릿, 한마음으로 다운턴을 극복한 것이 작년의 모토였다면 올해는 IT 트렌드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래 전략에서 소통과 공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데요. 구성원들도 이를 마음에 새기고 다 함께 대표이사 신년사에 언급된 'SK하이닉스 르네상스 원년의 해'를 만들어 가길 당부합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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