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장사없는 패권전쟁?...브릭스도 美 달러화 늘린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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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달러화(사진=AP/연합)

미 달러화에 대한 익스포져를 늘리려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비중이 올 들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탈(脫)달러 움직임을 주도하는 브릭스(BRICS·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서도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인 공적통화금융포럼(OMFIF)은 최근 73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1~2년 동안 달러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순(net) 비중이 18%에 달했다고 밝혔다. 작년엔 6%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만에 달러 비중을 늘릴 계획인 중앙은행들이 3배 늘어난 것이다.


이와 동시에 73개 중앙은행 중 12% 가량은 향후 1~2년 동안 중국 위안화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작년과 2022년에 이 비중이 각각 3%, 0%에 달했다. 또 2021년엔 30% 가량이 위완화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통화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둔화되는 모습이다.



세계 무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약화됨에 따라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보유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중러 등을 중심으로 한 탈달러 시도가 이어져 왔다.


특히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 표시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 미국과 긴장 관계인 국가들 사이에서 달러 자산 보유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는 식으로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의에서 “역내 통화, 대체 금융, 대체 결제 시스템의 사용에 대한 세계적인 모멘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제퉁화기금(IMF)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달러화의 비중이 2000년 약 70%에서 현재 58% 수준으로 하락했다. 위안화 비중은 2.3%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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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

그러나 이러한 조사결과가 나오자 로이터는 탈달러에 대한 흐름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OMFIF의 니크힐 상하니 전무는 “달러화가 가장 수요가 많은 통화인 반면 위안화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은 탈달러 움직임이 교착 상태에 빠졌음을 시사한다"며 “올해는 위안화 보유량을 축소하려는 중앙은행들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랐다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한 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 수요가 가장 강하게 목격된 곳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라며 중국 위안화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큰 지역은 아시아와 중남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달러 수요가 급증한 배경엔 미국의 금리가 중국보다 높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대신 달러를 보유하면 이에 따른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5%로 중국 10년물 국채금리인 2.3%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 폴란드 중앙은행,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물론 브릭스 회원국인 남아공 중앙은행도 달러화 보유의 이유가 수익을 내기 위함이라고 명시했다고 OMFIF는 전했다.


한편, OMFIF에 따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비중은 지난 1년 동안 9%에서 1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값 시세가 사상 최고 수준에 거래되고 있음에도 향후 1~2년 동안 금 익스포져를 더 늘리겠다는 순 응답자 비중은 15%로 나타났다. 현실화될 경우 중앙은행들은 6000억달러를 들여 금을 추가로 사들이는 셈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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