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구리 확보,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개발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0 10:47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구리는 좋은 특성과 가성비를 보유한 전력 인프라의 핵심 소재다. 구리는 청동기 시대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하게 진화해 온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다른 금속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인류의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소재다. 구리가 산업용 소재로서 가치는 첫째, 전도율이다. 구리는 비철금속 중 은(銀) 다음으로 전기에 대한 전도율이 좋은 금속이다. 발전에서 송전을 거쳐 배전에 이르는 전력 그리드(GRID: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빔을 제어하는 구실을 함))의 필수적인 소재로 구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열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구리는 매우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융점(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각종 보일러 및 난방장치, 전자장비의 열 흡수장치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둘째, 연성이다. 각종 작업 및 변형, 특히 길이가 매우 긴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은 산업용 금속으로서 큰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총.포탄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근대 이후에는 각종 전선의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셋째, 내식성이 좋다. 구리는 자연환경에서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특히 니켈 등 다른 금속과 결합시 환경에 대한 저항의 강도가 상당히 커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리는 각종 파이프 등 건자재용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부식에 대한 내식 및 전도율을 복합적으로 고려 한다면 귀금속이 최선의 대안이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산업용 소재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구리는 항시 일정한 수요가 존재하며 수요에 대한 공급의 조절 능력이 상당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수단으로서 가지는 매력이 있다. 구리 원석의 경우 채굴되는 지역이 일부 지역에 집중된 관계로 파업이나 사고 등 특정 광산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자원이기도 하다. 구리는 세계 제련용량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구리의 원석 생산은 칠레 등 남미에 집중된 반면, 실제 구리의 제련시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집중된 구조다. 그 만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요는 구리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광산 생산량 기준 국가별 구리 생산량은 칠레(23%), 페루(12%), 콩고(11%), 중국(8%), 미국(5%), 러시아(4%), 기타(37%) 순이다. 하지만 국가별 제련 생산량을 보면 중국(44%), 칠레(7%), 콩고(7%), 일본(6%), 러시아(4%), 기타(32%)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692달러로 2022년 3월 최고가 1만 674달러에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에서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제한이 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 공급 차질의 서막은 광산업체의 생산 차질이다. 대표적 사례가 파나마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기업(First Quantum Minerals)이 보유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에 대해 20년간 부여된 광산 채굴권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여 광산 채굴이 중지 되면서 부터다.


파나마 대법원의 광산 운영권 회수는 광산개발 이후 물 부족, 환경 파괴에 대한 주민의 염려 등을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속 듯은 광산 수익 대비 파나마에 대한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다. 이 광산의 지분 10%는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이 갖고 있다. 꼬브레 파나마 광산의 연간 구리 생산량은 약 40만톤이며 이는 올해 전 세계 구리 정광 전체 생산량의 1.7%에 달한다. 두 번째 서막은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의 생산 감축이다. 중국 CNMC가 보유한 잠비아 구리제련소(Chambishi)가 올해 생산량을 20% 감축하기로 결정 했다. 이유는 잠비아가 지속되는 가뭄으로 전력 공급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중국 내 19개 구리 제련업체들이 지난 3월 생산 감축을 논의하고 하반기부터 5~10%의 생산량 감축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론버그에 따르면 국가별 구리 제련 비중은 중국(50%), 일본(7%), 칠레(5%0, 러시아(5%) 기타(33%) 순이다. 셋째,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자국 내 거래소 유입을 금지한 조치로 이는 추가적인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4월 12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공동 제재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러시아산 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4월 13일 이후 신규 생산 물량에 대한 수입을 금지 시켰다. 4월말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비축량 중 구리 재고량의 62%가 러시아산이다. 원자재 컨설팅 기업 우드 매킨지는 2033년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이 3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구리 생산량은 2240만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약 230만톤의 구리 정광을 수입했다. 국내 구리 수요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 구리 확보는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자원개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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