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개시 20년, 세계로 뻗어나가는 KTX…현대로템, 우즈벡에 고속鐵 첫 수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4 22:04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 수주…유지·보수 공급 계약도
“현지 교통 인프라 개선·승객 편의 제공에 최선 약속”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할 250km/h급 동력 분산식 차량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우즈베키스탄에 수출할 250km/h급 동력 분산식 차량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제공

국산 고속 철도 차량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민관 합동으로 우즈베키스탄 철도청(UTY)이 발주한 2700억원 규모의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 공급·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의 KTX-이음(EMU-260)과 유사한 이번 고속 차량은 250km/h급 동력 분산식 차량으로, 총 6편성이 공급되며 편성당 6량이 아닌 객차 한 칸이 추가된 7량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총 좌석은 389석이다.



이번 고속 차량에는 우즈벡 철도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설계도 이뤄진다. 한국처럼 표준궤 1435mm가 아닌 1520mm 광궤를 현지에서 사용하는 만큼 이에 적합한 광궤용 대차가 적용되고 현지 전력에 호환되는 동력 장치도 탑재된다.


우즈벡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mm로 낮은 점을 고려해 차량 내 계단도 설치될 예정이다. 또한 사막 기후의 높은 고온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내고,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에 집중하는 등 쾌적한 승차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좌석 등급 또한 3개(VIP, 비즈니스, 일반)로 나눠 목적에 맞는 고속차량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장거리 운행을 고려해 차량 내 간단한 식사가 가능한 식당 칸도 마련될 계획이다.


이번 고속 차량은 우즈벡의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km) 구간과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km) 구간, 미스켄-누쿠스(196km) 구간 등 총 1216km에 달하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지에도 이번에 최초로 도입되는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인 만큼 기존에 운행되던 동력 집중식 고속 차량보다 높은 수송 효율과 개선된 가감속 능력, 승객 안전성 등으로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고속 차량의 역사적인 첫 해외 진출이 성사된 데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 외교와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은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벡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기획재정부·한국수출입은행은 이번 사업 성사를 위해 우즈벡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금융 지원을 결정하면서 수출길을 열었다. 고속 차량 기술을 보유한 해외 철도 선진국들이 국제 입찰에서 자국 기업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매국에 양허성 자금을 제안하는 관례를 고려한 조치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제50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 회의를 개최하며 회원국인 우즈벡에 국내 고속철 기술을 알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외교부도 지난해 '한-우즈벡 비즈니스 포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3월 '제16차 한-우즈벡 정책 협의회'를 가졌고, 주우즈벡 대한민국 대사관과 주한 우즈벡 대사관 역시 양국의 사업 협력이 성사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앞선 2022년 11월 대통령 주재 수출 전략 회의 후속으로 출범한 정부 주도의 '원스톱 수출·수주 지원단'은 민간 기업의 수주 사업을 양국 정부간 협력 사업으로 격상시키는 맞춤형 지원을 진행했다.


지원단은 현대로템이 우즈벡 정부 고위급 인사를 대상으로 고속차량 제작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홍보할 수 있도록 정부 간 외교 채널을 가동했다. 지난해 9월 개최된 양국 경제부총리 회의에서는 고속차량 수주 사업이 논의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현대로템이 우즈벡 고속차량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수주는 향후 국산 고속 차량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국내에만 국한됐던 고속차량 제작·운영 실적이 해외로 확장될 경우 추후 국제 입찰 시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 차량 연구·개발부터 함께 해 온 국내 128개 부품 협력 업체들과의 지속 가능한 철도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고속차량 국산화는 해외 수출을 장기적 목표로 착수돼 약 30여년간 연구·개발과 안정화 단계를 거듭하면서 2조7000여억원 이상의 민관 자본이 투입됐다.


1994년 당시 프랑스 철도 차량 제작사 알스톰과 맺은 고속 차량 제작 기술 이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데다 제 3국으로의 수출 불가 등 제약이 뒤따랐기 때문에 한국형 고속 차량 개발 필요성에 무게가 실렸던 것이다.


결국 1996년 현대로템을 포함한 70여개 산·학·연이 참여한 대형 국책 과제인 '350km/h급 한국형 고속차량 HSR-350X(G7)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 착수됐다.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2008년에 첫 국산 양산형 고속차량인 KTX-산천이 출고되면서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 차량 국산화에 성공한 철도 선진국으로 올라섰다.


2019년에는 KTX-이음의 첫 출고로 동력 분산식 고속 차량 기술까지 보유한 국가로 기록된 데 이어 2022년 성능이 향상된 KTX-청룡까지 성공적으로 출고됐다.


특히 '속도 350km/h 이상 고속 차량 동력 시스템 설계·제조 기술'은 국가 핵심 기술로도 지정돼 있다. 국가 핵심 기술은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유출 시 국가의 안전 보장·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 기술을 말한다.


현대로템은 향후 국내는 물론, 우즈벡에서의 안정적인 납품과 유지보수 경험을 바탕으로 K-고속철의 높은 기술력과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낸 고속차량 국산화 성과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게 돼 자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국내 KTX-청룡 개통에 이어 우즈벡에서도 국산 고속차량이 현지 시민들의 교통 편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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