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3년 동거 7개월. 결혼식을 올린 지 두어 달쯤 지난 어느 날, 아기가 찾아왔다. 선명한 두줄. “이렇게 진하게 나오는구나". 아내 손에 들린 임신 테스트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빠로서의 새날이 시작됐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막연하게 “책임져야 할 생명이 하나 더 늘었다"라는 정도로 정리하기에는 '아버지'라는 단어가 갖는 울림이 심상치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로 평생을 살아온 내가,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어 '누군가의 아들'이 된 나의 아들을 반듯하게 키워내야 한다니. 내가 과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아니, 돼도 괜찮을까?
우리나라 대표 임신·육아 애플리케이션 '마○톡'에서 수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으며 누적 조회수 11만5000을 기록한 화제의 시리즈 '아빠일지'가 도서출판 이목에서 '남편이 쓰는 임신수첩'(2024)으로 출간됐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화로 임신, 출산, 육아의 가치가 희박해진 요즘, 열 달의 임신 과정 전반을 '남편의 시선'에서 생생하게 써 내린 에세이는 남녀노소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내는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 책은 저자가 임신한 아내와 함께 보낸 열 달의 시간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정보를 한데 모아 만들어졌다.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가 트렌드로 자리한 현대지만, 여전히 남편은 임신과 출산에 있어 무지(無知)하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해도 임신과 출산은 결국 여성이 감내해야 할 일, 엄마가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 할 일로 읽히기 때문이다. 남편은 당사자가 아닌 만큼, 필연적으로 아내에 비해 가진 정보가 많지 않다.
세상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 남편'인 저자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직후 회사 앞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 출산, 육아 관련 도서를 탐독했으나, 책장에 꽂힌 책 대부분은 '엄마' 즉 여성의 시선만을 담고 있었다.
보호자이자 조력자로 아내의 곁을 지키고 싶은 남편들을 위해, 남편이 직접 정리한 정보는 없을까 고심한 끝에 이 책이 탄생했다.
책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각 주의 정기검진 과정과 아기의 성장 기록을 비롯해 임신 기간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아내의 신체적 변화, 부부의 삶의 변화 등 각종 이벤트를 총망라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엮었다.
그 밖에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코너를 통해, 입덧 극복 비결과 임신 중 약물 복용 방법, 출산 준비물부터 아기방 꾸미기 등 미처 본문에 담지 못한 '남편의 역할'을 틈틈이 끼워넣었다.
아버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새내기 남편부터, 둘째, 셋째를 맞이하려는 다자녀 아빠, 아기를 사랑하는 가족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다.
제목 : 남편이 쓰는 임신수첩 - 마음으로 아기를 품은 남편, 그 열 달의 기록
저자 : 김호진
발행처 : 이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