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0주년 기념 베트남서 ‘글로벌 비전’ 선포식
성장 밑거름 ‘제품·유통·커뮤니케이션’ 3박자 강화
86개국 수출, 2030년 해외 판매량 5억병 돌파 기대
“와인처럼 지불가치 높아”…국가별 가격차는 변수
'세계 모든 이들과 늘 함께하며, 삶의 즐거움과 희망을 나눈다'는 경영 이념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 기업 철학이다. 1924년 소주 '진로' 모태인 진천양조상회, 1933년 맥주 '하이트' 전신인 조선맥주를 시작으로 하이트진로는 도전과 변화를 거듭하며 참이슬·테라·켈리 등 굵직한 주류 라인업을 갖춘 시장 '키(Key) 플레이어'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백년대계의 출발점에 선 하이트진로는 경영 이념을 받들어 '소주의 글로벌화'를 주창하며 해외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거점 국가인 베트남을 중심으로 글로벌화 여정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하이트진로의 해외 사업 전략을 3회차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하노이(베트남)=조하니 기자] “오는 2030년까지 소주만으로 해외 매출 50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현재 80% 수준인 소주의 현지화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지난 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이트진로 글로벌 비전 2030 선포식'을 갖고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JINRO)'를 한국 술을 대표하는 '글로벌 K-주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천명했다.
하노이 모벤픽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비전 2030 선포식에 참석한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소주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다. 진로의 차별화는 이 같은 소주 영역으로 세계인들을 이어주는 것"이라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2.1배 성장한 소주 매출도 지금부터 약 3배 성장시킨다는 목표로 대중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밑거름으로 하이트진로는 제품 강화, 유통 확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선다.
제품의 경우 지역별 주류 소비 특성을 반영한 제품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현지인 선호도가 높은 과일 소주 개발·출시, 포트폴리오 확대로 고객을 유입해 한국인에게 익숙한 일반 소주로 정착시키는 점이 핵심이다.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수출액 추이
제품 강화-유통 확대-브랜드 커뮤니케이션 3대 키워드 집중
이를 위해, 지난해 별도기준 602억원을 기록한 소주 수출액, 과일소주에 해당하는 기타제재주(792억원) 수출액 합산 1394억원 수준인 매출을 6년 내 3배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총 86개국에 수출 중인 '진로(JINRO)'의 대중화로 소주를 전 세계 소비량이 가장 많은 맥주와 버금가는 글로벌 주류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진로는 진로 소주·참이슬·진로과일소주 등을 포괄하는 상위 BI(브랜드 정체성)이다. 증류주 카테고리를 넘어 대중주로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며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소주 판매량 5억병 이상을 돌파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이트진로는 국가별로 가정채널(오프 채널) 위주였던 유통 전략도 손질해 유흥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하이트진로 해외 유통망 비중은 각각 가정채널이 71%, 유흥채널이 29%로, 유흥채널의 경우 한국계 식당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이에 올해 8개 수준이던 전략 국가를 17개로 확대한 하이트진로는 거점 업소·팝업 매장을 통한 영업 활동은 물론, 현지 프랜차이즈 계약·지역 핵심 상권 공략 등의 공세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른바 짝퉁소주로 불리는 유사소주 사이에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마케팅도 강화한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베트남에만 27개 이상의 유사 소주 브랜드, 170개 이상의 가짓수가 현지 소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 한국소주 고정관념 없어 비싼 가격 기꺼이 지불할 것"
전략 국가 전부 포함하면 '녹색 병·360㎖ 용량·한글 이름' 세 가지 요소를 따라한 유사 소주가 넘쳐나는 만큼, BI(브랜드 정체성) 차별화와 함께 마케팅도 보다 과감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글로벌 수준에 맞는 스포츠 행사 후원과 국가별 페스티벌 참여·협업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국가별 가격차도 또 다른 관건이다. 진로의 해외 수출 가격은 대체로 같지만 국가별로 물류 환경이 다르고, 각종 세금이 붙는 탓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가격은 상이하다.
한국에서 소주 한 병 당 2000원~3000원대라면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의 경우 1만원대 후반~2만원대 수준으로 값어치에 차이가 크다.
황정호 전무는 “통상 해외에서 맥주는 브랜드별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 맛 등 어떤 경험을 하게 될 지 고정관념이 강한 주류"라며 “반면에 소주는 현지 소비자 사이에서 주류 개념이 없는 탓에 고정관념도 없다. 와인과 같이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구매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불 가치가 낮아야 많이 팔리겠지만, 특정 국가는 소주가 비싼 곳도 있다. 가격을 내리는게 최우선이라는 고민도 있으나 진로 대중화가 모든 국가 대상은 아니다"라며 “베트남, 필리핀을 필두로 유통 입점, 판매 활성화, 콘텐츠 소통 등으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때 유흥 시장에 진출하고 대중화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