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어대한) 그것은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다)." '찐윤' 이철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친윤 진영이 그만큼 한동훈 전 위원장을 견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이철규 의원의 언급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용어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현재 여론조사에서 증명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6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선호도에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29%, 한동훈 전 위원장이 27%, 안철수 의원이 10%, 나경원 의원이 9% 순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 좁혀 지지율을 살펴보면, 한동훈 전 위원장이 59%로 압도적인 1위였다. 상황이 이러니, '어대한'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해당 용어를 두고 '모욕'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을 무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둔 인물일수록 전체 국민 여론에서는 유리한 입지를 점한다는 점이다. '반윤 이미지'가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이철규 의원은 본의 아니게 한동훈 전 위원장을 돕고 있는 셈이 된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대한'이든 아니든, 한동훈 전 위원장 본인의 출마 결심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이미지'도 소모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총선 기간 내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될 경우, 또다시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에 이미지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일단 출마하지 않는 것이 본인을 위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에게는 이런 일반적인 경우를 따라 하지 말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한 전 위원장이 검사 출신이라는데 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다면, 검사 출신이라는 것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직도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6%였다. 검사 출신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렇게 낮으면, 한 전 위원장에게 검사 출신이라는 것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은 '검사 출신'이라는 '약점'에서 벗어날 시간이 필요하다. 즉, 대중에게 '정치인 한동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기간 정치인으로 노출된 검사 출신 인사들을 두고, '검사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해 유상범 의원 등이 검사 출신인데, 이들을 '검사 출신'이라고 의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한 전 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만일 본인이 '큰 꿈'을 가지고 있다면, 당내에서 '자신의 뿌리'를 좀 더 튼튼히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번 공천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했으니, '친한계'가 당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공천 때 신세진 것을 기억하는 정치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속성을 생각한다면, 이들 정치인들이 한 전 위원장을 필요로 하게끔 뭔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야만, 당내 뿌리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를 위해서도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특정 인사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달려있다. 한 전 위원장의 판단이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