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PF 위기 부추겨”…서울시 창의혁신디자인 사업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6.19 16:18

정량적 평가 아닌 정성적 평가 기준모호 지적
응모자가 심사 절차 및 과정, 심사방법 관련해 이의 제기 못해
부실 사업에 혜택 줘 PF부실 위험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서울시가 도시 미관을 개선하겠다며 시행 중인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이 지나친 특혜 및 심사기준 불투명 논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민간 분야의 도시건축디자인혁신 활성화를 위해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름답고 특이한 빌딩을 짓겠다고 설계안을 제시하면 심사해 일부를 선정, 용적룔 상향 등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를 통해 △디자인 독창성 △심미성 △공개공지 등 공공성·장소성·파급성 등 혁신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가이드라인의 세부내용은 △도시건축 공간의 새로운 방향과 근본적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디자인 △시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고양할 수 있는 심미성 높은 디자인 △환경의 건전성과 사람의 감성에 기여하는 형태와 구조 재료의 제안 △자연 역사와의 조화, 대지 장소의 이야기를 적극적 또는 창의적으로 해석 등이 있다. 심사를 맡은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는 시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위원 등 7명 내외로 구성한다.



해당 사업으로 선정되면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통합심의 등의 신속행정 지원, 사업추진 자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2차에 걸쳐 총 16곳을 대상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정성적'이라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주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기엔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현재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서울시청 본청도 '한국 전통 도자기 반쪽'를 본땄다는 설계자의 의도와는 달리 서울의 역사·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건축물이라는 비난을 아직까지도 받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인과 관련한 사업은 미학적인 부분이 들어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정성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커다란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보는 사람 입장에선 '특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응모자가 심사 절차 및 과정, 심사방법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을 위한 논의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참가자는 열람을 원할 경우 심사결과 7일 이내에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논의과정 내용은 녹음을 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교수는 “응모자가 심사 절차와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 논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게 하는 점은 옳지 못하다"며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심사 부적정 및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기준이 정성적이긴 하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들이 29개 항목을 통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심사 내용이)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속기도 하고 있고 정보 요청을 하면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 사업이 누적된 부동산 PF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선정된 곳 중 하나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르피에드 청담'의 경우 사업성이 나오지 않은 채 브릿지론 만기가 다가오면서 좌초할 위기에 빠졌지만 시가 수상작으로 뽑아 용적률 599%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고 48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 덕에 PF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현재 신세계 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시행사 미래인과 사업장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혁신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공사비가 일반 건축물보다 2~4.5배 정도 더 든다"며 “도시 경관을 향상 시키고 디자인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르피에드 청담은 역세권활성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이 진행된다면 공공기여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도 “센터필드, 복합사업 등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 르피에드청담 개발사업이 좋은 시너지를 보일 것 같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공동개발을 위해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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