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지 전해질 염화티오닐, 독성물질로 화재 키웠을 가능성 높아”
경기도 화성시 리튬일차전지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화재가 22시간 만에 완전히 진압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번 화재는 리튬전지에 들어가는 독성 물질인 '염화티오닐'로 인해 피해가 극심하게 커지면서 불길을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온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리튬 1차 전지를 제조·판매하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건물 1층에서는 리튬전지의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티오닐(SOCI2)이 소량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화재는 리튬도 위험요소였지만 리튬전지에 쓰는 전해질인 염화티오닐이 훨씬 위험하고 이로 인해 화재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염화티오닐은 특수전지로 강한 독성 물질"이라며 “염화티오닐이 화재에 노출되면 신체의 점막에 화상을 입고,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염화티오닐은 무색 액체로, 섭씨 140도 이상에서 물과 반응하면 염화수소·이산화황 등과 같은 독성 물질을 발생한다. 고온에서는 염소 가스까지 발생시켜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등재돼 있다.
실제로 염화티오닐은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 사용한 독가스 '포스젠'을 생산할 때 사용하는 원료 중 하나라고 알려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 커뮤니케이션과 명예교수도 “일차전지는 리튬 금속을 사용하는데 리튬 금속을 물과 쉽게 반응해 수소를 발생시키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화재는 일반적인 진화 방식으로는 불을 완전히 끄기가 어려워 소방당국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박 교수는 “이 화재는 특수화재이고 어려운 사고이기 때문에 소방본부가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소방청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것을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 염화티오닐이 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성물질이 어디에 있었는지, 어떻게 보관돼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번 화재에서는 염화티오닐이 어떻게 노출이 됐는지, 얼마나 노출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도 “리튬전지에 쓰는 전해질인 염화티오닐은 물과 닿으면 화재 폭발 위험성이 크다"며 “불을 끄려면 물이 아닌 흙으로 덮어야 해서 진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재 진압과 관련해 소방청에는 표준작전절차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화재에 대응하는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대응절차'가 규정돼 있다.
다만 주로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진화와 관련한 내용이 집중돼 있고 물로 진화를 할 수 없는 리튬전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대응 절차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하성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1대에 발생한 화재도 3시간 동안 물을 부어야 꺼진다. 화재 진압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일차전지에 대한 안전기준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