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재계 ‘눈치 싸움’ 치열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01 14:36

美 대선 판도 급변···현지 투자 늘린 기업들 ‘초긴장’

中·EU 등도 정책 변화 기류···이상기후·전쟁 등 불확실성도

미래 위한 ‘내실 다지기’ 총력전···AI 등 미래 기술에는 ‘통큰 투자’

재계 4대그룹 본사 전경.

▲재계 4대그룹 본사 전경.

글로벌 정세가 급변하면서 우리나라 재계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주요국 정책 변화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전쟁, 이상기후, 무역분쟁 등 예상 밖 변수들까지 더해지면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실력을 쌓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 판도는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펼쳐진 양자 토론 이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는 등 '고령 논란' 약점을 고스란히 내비쳤기 때문이다. 토론 이후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민주당은 패닉에 빠졌다. 후보 교체 관련 마땅한 대안도 없는 상태다.


미국 CBS는 유고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답변을 압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조사는 지난달 28∼29일 전국 등록 유권자 1130명 대상으로 펼쳐졌다(오차범위 ±4.2%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올 경우 우리 기업들은 주요 정책이나 약속들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바이든 행정부 시절 투자를 감행했던 기업들은 보조금 수령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대신 화석연료를 우선시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이차전지 기업 등도 손해를 볼 여지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탄소중립'을 향해 달리고 있는 중장기적인 목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수차례 발언했다. 파리 협정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전과 비교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하고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을 위해 각자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자는 협약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선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거나 힘이 없는 모습을 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선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거나 힘이 없는 모습을 보여 '고령 논란'에 휩싸였다.

전세계 경제의 중심지인 미국이 교역 과정에서 탄소장벽을 세우지 않으면 그간 천문학적인 투자를 계획한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슈퍼 선거의 해' 변수가 생기는 곳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인도의 경우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야권의 힘이 예상보다 너무 커져 향후 국정 운영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 정치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낼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영국에서도 정권 교체가 확실해 보인다.




중국, EU 등 정책 변화 기류도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EU가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중국과 '관세 전쟁'을 도발하는 가운데 중국이 정면대응 의사를 내비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대선 이후 민주·공화당이 초당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방위적 중국 견제 법안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러시아-북한 밀착 등 정치 리스크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상기후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거나 각종 원자재·식료품 가격이 널뛰기하며 안정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원료 및 연료 변환, 공정 개선, 자동·최적화 등 투자가 불가피하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실력을 키우며 각종 불확실성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은 국내외를 오가며 '미래 기술' 개발과 우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찾아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라질, 인도, 아세안 등 신흥국에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 체질 자체를 개선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DS부문장을 교체하는 등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AI 등 미래 산업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은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 결단을 내렸다. 2026년까지 현금 80조원을 확보해 본업과 AI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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