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법무법인 태평양 기후에너지정책 세미나 공동주최
하나증권 아랍에미리트 7MW 지붕태양광 국제감축사업 진행
내부수익률 3.49%, 현지 금리 5.4%…사업성 없지만 미래 중요
배출권시장 금융화 진행될수록 커져, 금융사들 선도적으로 투자
“사실 국제감축사업은 내부수익률(IRR)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이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간재,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사업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도적으로 투자도 하고 리서치도 하고 고객영업 부분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라고 보면 된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에너지경제신문·법무법인 태평양 공동주최로 열린 '기후에너지정책 세미나'에서 이동혁 하나증권 상무는 '국가 NDC 달성을 위한 해외 감축사업의 현황과 전망'을 통해 “탄소배출권 시장은 엄밀히 말하면 아직 시장이 아니다. 시장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영역이라고 봐주면 된다"며 “글로벌 금융권이 탄소 배출권을 다루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커머더티(상품)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로벌 은행이나 에너지사, 트레이딩사들이 탄소 배출권을 취급하고 매매를 진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으로 확보한 실적을 국내로 이전해 국가감축목표(NDC) 달성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 2억9100만톤CO2를 감축하는 가운데 국외감축 목표는 3750만톤CO2로 12.9%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감축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수산식품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정부 부처와 관련 공공기관에서 지원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글로벌마켓운용실에서 △배출권 및 에너지 퀀트 운용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LP) 운용 △탄소배출권 관련 투자 및 자문 △기후기술기업 투자 업무를 진행한다.
하나증권은 직접 국제감축사업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항공사 정비창고에서 지붕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사업을 추진 중이다. 4만4633㎡ 면적에서 7MW 규모로 진행하며, 사업기간은 2026년부터 2040년까지 15년간이다.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 5092톤CO2, 15년간 7만6380톤CO2이다. 총 사업비는 정부지원금 26.5%, 하나증권 73.5%로 투자되며, UAE 정부기관과 상응조정 협의를 통한 국외감축실적(ITMO)은 국내 NDC에 활용된다.
이 상무는 사실 국제감축사업이 수익을 얻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UAE 프로젝트는 환율 효과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도 IRR이 3.49%밖에 나오지 않는다. 현재 UAE의 1년짜리 대출금리가 5.4574%이다. 현지 은행에 100억원이나 200억원을 예금해도 5.4% 이자를 주는데 이 프로젝트는 3.49%를 벌어간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크지 않다"며 “우리나라와 기후변화 협정이 체결된 국가의 현지 에너지 사업자들과 다 컨택을 해봤는데 실질적으로 진행이 가능한 프로젝트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UAE 프로젝트는 정부의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어느 정도 추진은 해볼 수 있겠다 싶어 진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자발적 배출권사업으로 방글라데시 태양광 정수시설 보급사업과 인도 조림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상무가 꼽은 국제감축사업 투자 리스크는 △대부분 프로젝트가 개발도상국으로 자연재해, 내란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 불가능한 상황 발생 가능성 높음 △자벌적 탄소배출권 획득 예상 물량 대비 부족 물량 발생 높음 △자발적 탄소배출권 획득 예상 일정 지연 가능성 높음 △대부분의 디벨로포가 소규모 기업으로 재무건전성 및 신용도 확보 어려움, 거래 상대방 신용 위험 △프로젝트 추진 및 운영관리 능력이 부족한 현지 시행사의 프로젝트 관리 지속성 위험 △정부 정책 변경으로 배출권 이전 시 이슈 발생 가능성 높음 △인증기관의 방법론 변경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일정 및 물량 변경 가능성 높음 △저품질 프로젝트 판매 시 구매자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재고 위험 가능성 높음 △시장 가격 하락의 위험 △표준화된 계약서 부재로 법적 이슈 발생 가능성 높음 등이다.
이 상무는 수익률도 낮고, 리스크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국제감축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미래 시장 선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제조업, 중간재, 수출 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앞으로 배출권시장이 굉장히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받은 전담기관과 함께 배출권시장에서 금융 역할이 좀 더 커지고 금융화가 더 잘 될 수 있을까를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1983년 도입된 원유 선물시장도 처음에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만 있던 매매 계약이 시장으로 들어오게 됐다. 배출권도 금융화가 진행될수록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리서치도 하며 고객 영업 부분도 만들어 가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