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e스포츠는 가상의 공간에서 정신적, 신체적인 능력을 활용하여 승부를 겨루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넓은 의미에서는 이에 더하여 대회의 현장에 참여하거나 중계를 관전하거나 이와 관련된 활동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e스포츠를 구성하는 요소는 게임, 스포츠, 소비자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e스포츠가 인터넷 네트워크를 매개로 다른 문화 분야와 쉽게 연결되는 확장성도 가지고 있어서, 세계적 규모로 소비되는 문화와 기술 그리고 지식이 결합한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스포츠 분야는 과거 한국이 주도하여 국제기준을 확립하기 시작하였지만, 게임 개발업체와 스폰서 그리고 소비자의 변화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주며 진화하고 있다.
e스포츠는 지역과 사회를 반영하여 변화할 여지를 만들고, 끊임없이 각 지역과 사회가 다른 지역과 사회의 협력을 통하여 여전히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다. 최근에는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상을 홍보하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부여하는 새로운 기능도 발견하게 되었다. 산업의 측면에서 보면, e스포츠는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시장에서 큰 이익을 생산하면서,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사랑을 받고 소비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소비되는 한국의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유럽과 EU는 상대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비하여 디지털 분야와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존 문화산업과 e스포츠를 융합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EU의 디지털 강화 정책은 유럽을 보다 디지털 친화적인 사회로 변화시키려고 적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유럽의 노력은 e스포츠 산업의 확장으로도 연결된다. 동남아시아 역시 놀라운 속도로 e스포츠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태국 정부와 기업들은 e스포츠 전문 아레나 건설과 국제 대회 개최와 같은 관련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e스포츠의 발전은 각국의 게임 개발사 육성과 로컬 콘텐츠 생산에도 영향을 주어, 지역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게임의 개발로 연결되기도 한다. e스포츠 분야는 이른바 '글로컬'이 되는 산업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e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이것이 유럽을 포함한 e스포츠 국내법 제정의 모델이 되었다.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는 한국의 입법 사례를 조사하여 국내법을 마련하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유럽 국가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중국과 미국에 관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부이기도 하고, 프로게이머 등 관련 종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도 e스포츠 산업이 빠르게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한편 e스포츠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게임 중독의 문제와 해로운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인 걱정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관리 또는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스포츠를 위한 온라인 상태에서 개인 정보, 불법 데이터 등이 유출되거나 공유될 위험성도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e스포츠 산업진흥법을 제정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였는데, 최근까지 국내 사회에서 예상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예측하거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법제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e스포츠 산업에 관한 여러 법제적 기준을 조화시켜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형성하는 과정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 e스포츠 산업에서 많은 이익을 도모하는 한국의 기업이 많기도 하거니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지는 위상을 고려해도 그렇게 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e스포츠가 가지는 문화적 확장성과 보편성, 그리고 기술과 지역의 특색을 반영할 수 있는 포용성을 고려하면, 한국은 e스포츠 분야에서 여전히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