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넘자” 車·배터리 업계 ‘맞춤 전략’ 쏟아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7.10 14:30

ESS 계약 확대 도모···직원에 ‘1000만원 혜택’ 묘수도

현대차 2000만원대 전기차 ‘승부수’···인니 등 수요처에 생산시설 구축

현대차의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차의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계가 '맞춤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연구개발(R&D)을 강화하거나 수요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내놓거나 신시장을 개척하며 활로를 찾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전기차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도 등장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최초의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고 전날부터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경차를 기반으로 만들어 2000만원 초중반대에 구매 가능한 게 이 차의 특징이다. 현대차는 '가격 장벽' 탓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던 고객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케팅 활동도 기존과 다르게 전개한다. 서울 압구정에 대규모 팝업 전시 공간을 운영하고 유명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와 협업해 경품을 증정하는 식이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젊은 세대를 노린 이벤트를 다양하게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에서는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준공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공장은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장착해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양산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에서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6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30년에 6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적용중인 2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에서 12%~15%에 달하는 등록세를 면제 또는 감면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수요는 작년 기준 1만8000대로 전체 산업수요의 2%에 불과하다. 2030년에는 두자릿수 이상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사진.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팩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사진.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팩을 살펴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전기차 캐즘 양상을 지켜보고 있다. 김동명 LG엔솔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4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자만심을 버리고 우리만의 도전과 혁신의 DNA를 되살려야 한다"며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히지 말고 사업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전면적으로 개편해 나가며 조직 전체의 혁신을 가속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LG엔솔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용 생산 공장 건설을 착공 두 달 만에 일시 중단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1일(현지시간) 르노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정 수준 돌파구도 찾고 있다.


LG엔솔은 '고객가치 활동 강화'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져 캐즘을 넘어선다는 각오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고객 중심 경영' 메시지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ESS에서 금맥을 찾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최대 전력 기업에 ESS용 배터리 납품을 추진 중이다. 넥스트에라에너지에 총용량 6.3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고 계약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규모만 지난해 북미 전체 ESS 용량(55GWh)의 11.5%에 해당한다. 금액으로는 1조원 수준이다.


SK온은 전기차 대중화와 직원 복지 강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기차를 구매하는 직원에게 차값의 15%(최대 1000만원)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SK온 충남 서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이 대상이다.


해당 제도는 전기차 캐즘을 넘으려면 직원들부터 이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SK온은 최근 '비상 경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했다.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석희 SK온 CEO는 “현재 위기는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기회"라며 “우리 모두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음)'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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