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애 의원 “국가 이익 사업도 위험에 대해 철저한 설명과 대책 필요”
“네덜란드, 지진 급증해 유럽 최대 규모 자국 내 가스전 시추 영구 중단”
김광희 부산대 교수 “시추 전 유발 지진 가능성 상정하고 모든 과정 모니터링·공개해야”
올해 말 정부의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계획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지진 발생 등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동해 심해 석유가스 시추개발 지진 위험은 없나'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올해 말 석유 시추 개발 계획만을 밝힐 뿐, 과거 포항 지열 발전으로 인한 지진의 공포와 트라우마를 겪었던 포항 시민들의 걱정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가적으로 엄청난 재정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사전에 철저한 설명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불안을 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2017년 포항 지진 당시 이재민들은 무려 1435일간 구호소 내 텐트 생활을 해야했다. 이들에 대한 보상 역시 아직도 온전히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시추를 통한 석유 개발은 아직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이로 인해 포항 및 인근 지역 주민들이 겪게 될 불안은 명확한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네덜란드 정부는 유럽 최대 규모의 자국 내 가스전 시추를 영구 중단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호로닝언 가스가 막대한 부를 가져다줄지라도 주민의 안녕과는 결코 맞바꾸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언 가스전에서 1986년부터 지진이 급증했으며, 이는 가스 추출로 인한 지층 내 압력 변화가 원인이 된 유발 지진이다.
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역시 국책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이제 겨우 지진의 상흔을 회복한 포항 시민들을 또다시 지진의 공포에 떨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해저 지질조사를 강화하고 지진 위험성 평가를 위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광희 부산대학교 교수는 “석유의 경제성에 따라 지진 발생 횟수는 유의미한 패턴이 발견된다"며 “석유 개발의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되고 이에 따른 '유발 지진'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석유가스 시추개발 이후 인근 지역에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과 네덜란드, 러시아 등 전 지구에 걸쳐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상당히 많은 사례가 비전통 석유개발, 기존 방법처럼 땅속에 있던 석유를 단순히 꺼내 올리는 게 아니라 화학적·압력·수압파쇄 등 기술을 동원한 시추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개발은 온 국민의 염원이며 매장이 확실하다면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촉발·유발 지진에 대한 이해는 매우 미비하다"며 “석유가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해 심해 개발 해역에서 규모 6.7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며 “최근 경험한 포항의 촉발·유발 지진과 피해, 후속 조치를 복기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시추 단계부터 주변에서 발생하는 미소지진에 대한 정밀 감시와 개발의 모든 단계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독립 기관과 조직이 필요하다"며 “이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외부 감시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항 북구를 지역구로 둔 오중기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환상처럼 이야기하는 석유 시추는 매장량이나 사업성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없이 대통령이 성급하게 매장 추정치를 발표한 것"이라며 “대통령 발표 이후 이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개발 정책은 '복권 긁기'가 아니다. '시추공 1개에 1000억씩 5번 뚫으면 한 번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대통령은 5000억짜리 탐사 시추 계획과 함께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 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까지의 매장량별 경제적 타당성과 이에 따르는 개발 비용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